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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지질공원' 중심은 지역주민…역사·문화 자원까지 활용해야"
이수재 환경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3년 지질공원 개념 국내 처음 소개
"지질유산 보전-경제가치 창출 선순환으로 지속가능 발전 꾀해야"
2018-06-12 14:09:07 2018-06-12 14:09:07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최근 인천광역시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일대의 지질명소 10곳에 대해 다음달 중으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4월19일 열린 지질공원위원회(위원장 안병옥 환경부 차관)에서 이들 지역을 국가지질공원 인증 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다. 아직은 생소한 국가지질공원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물국토연구부 선임연구위원(사진)을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에 지질공원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인물로, 현재 국가지질공원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 운영위원회(APGN) 부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국가지질공원이라는 용어가 아직 생소하다.
 
국가지질공원은 환경부가 주관하는 자연공원 제도의 하나다. 지질 자원을 보전해 교육이나 관광 목적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등 다른 자연공원과 달리 별다른 규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제주도, 울릉도 및 독도, 부산, 청송, 강원평화지역 무등산권, 한탄강, 강원고생대, 경북동해안, 전북서해안권 등 10개소의 국가지질공원이 있다. 특히 제주도와 청송, 무등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기도 하다.
 
보통 국가지질공원의 범위는 행정구역 전체로 설정한다. 제주도도 전체이고 그 안에 지질 명소가 있다. 경관이 좋고 학술적 가치가 있는 곳으로 지정한다. 다만 이번에 지질공원 후보지로 선정된 백령·대청·소청 지역의 경우 이들 3개 섬 구역으로만 지질공원을 신청하기로 했다. 나머지 다른 인천의 섬들과는 워낙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데다 문화적 배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지질공원 지정 절차를 보면 먼저 학술적·경관적 가치와 운영여건 등을 평가해 후보지로 선정한다. 이후 2년 이내에 탐방로와 편의시설 등 관련 기반시설을 갖춰서 최종 인증 신청을 하면 지질공원위원회의 현장실사를 거쳐 최종 인증된다.
 
쉽게 말해 지질공원의 의미는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의 지질유산을 보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을 통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또 관광사업으로 경제적 가치를 제고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지질공원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단순하게 보면 국가지질공원은 환경부가 인증한다면,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가 인증한다. 유네스코가 내린 지질공원의 정의는 '국제적 가치가 있는 지질학적 장소와 경관이 보호, 교육 및 지속가능 발전의 총체적 개념으로 관리되는 단일하고, 통합된 지리적 지역'이다.
 
기본 개념을 보면 일단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갖춰야 하고 국제적인 지질지형도 있어야 한다. 여기에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연결하고 이를 교육해 사람들에게 중요하다고 인식시키는 것이다. 학자들이 '이게 중요하니까 보호합시다'라고 하는 게 탑다운(하향식) 방식이라면 지질공원은 반대인 바텀업(상향식)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가의 지질공원에 대한 지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관광사업을 유도하는데, '책임관광' 방식이다. 지질공원은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하니 대량관광이 되면 안 된다. 그래서 지질공원 관광사업을 통해 경제적 가치가 발생한다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아 이걸 보호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계속해서 선순환되게끔 하는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천연기념물은 보호가 목적이라서 형상변경이 불가능해 지역 주민이 다소 꺼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질공원은 지역주민에게 천연기념물 수준의 보호를 권유할 뿐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질공원은 역사와 문화, 고고, 생태, 지질 모두 활용하는 방식이다. 가장 핵심은 이를 다 묶은 중심에 지역 주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네스코에서 인증하는 공원으로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3대 보호제도 중 하나로 38개국 140개의 세계지질공원이 있다. 유럽은 24개국 73개, 아시아는 8개국 58개에서 추진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37개로 가장 많고, 일본이 9개, 인도네시아 4개, 한국이 3개를 보유 중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지질공원을 공식 지정한 것은 2004년이다. 제주도는 2010년 인증받았다. 그때 이를 한국에서도 제도화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직접 국가지질공원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2012년에 울릉도와 독도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지질 관련 해설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왜 세계 국토 면적 3위인 미국은 세계지질공원이 없나.
 
미국에는 없다는 게 의아할텐데, 역사적 배경이 있다. 과거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팔레스타인을 유네스코에 가입시켰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유네스코에 지원하는 예산을 줄인 뒤 유네스코 대사에게 '미국은 지질공원 인증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하게 했다. 이와 달리 중남미와 캐나다는 최근 세계지질공원 추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질유산을 보전하면 정말 혜택이 있나.
 
소청도의 지질유산을 보전할 경우 다소 거칠게 경제적 혜택을 평가한 결과 약 300억원 정도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나온다. 2016년 기준으로 백령도 방문객은 9만8358명이다. 이때 백령도만 다녀가는 게 아니라 소청도도 방문한다고 하자. 이 유도 비율을 20%(1만9671명)로 잡았다. 여기에 숙박이나 식비, 용선 등의 비용을 7만원이라고 한다면, 연간 수입은 약 13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를 22년 정도 운영할 경우 관광수입은 300억원이 넘는 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주도의 경우 단지 지질공원을 보러 가는 관광객은 없을 것이다. 다만 제주도 수월봉의 경우를 보면, 지질공원 인증 이전에는 관광객들이 거의 방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을 지질명소로 지정한 뒤 방문객이 연간 30만명 정도로 급증했다. 오로지 지질공원 인증 효과다.
 
다만 지질공원의 경제적, 산업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은 조심스럽다. 지질공원은 대량 자본 투입 형태가 아니라 소규모를 투입해 지속적인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은 의식의 흐름이며, 인식의 증진이 어느 정도 되고 난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지질공원 인증의 평가항목 중 '경제발전'은 지표적 성격이 강하다.
 
지질공원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고 들었다.
 
지난 2003년 정책연구부로 자리를 옮기고 보니 생물은 보고가 다 되고 있지만, 지질은 보고가 잘 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해외에서 지정하는 지질공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바로 '보존 가치가 있는 지형·지질의 대상 설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지질공원 개념을 제일 먼저 소개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지질공원이 아닌 지구공원으로 번역했다. 지질공원이라는 성격보다는 지구공원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지구의 반이 생물이라며 극구 반대해 결국 지질공원으로 바꿨다. 이후 2005년부터 제주도가 국내 첫 세계자연유산을 추진하면서 이 분야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 운영위원회 부의장으로 뽑혔다. 
 
지난 1일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세종=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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