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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2020년 부동산 흐름 바뀔 것"
"스타트업 매출이 1천억을 넘는 시대"…"직방 플랫폼에 리서치 기능 제고"
2018-06-24 14:42:57 2018-06-25 09:41:28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발품이 아닌 손품을 파는 시대. 집을 구할 때 일일이 현장을 찾는 구매자들은 더 이상 없다. 20년 베테랑 부동산 전문가가 스타트업에 적을 옮긴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정보를 빅데이터에서 찾아내고, 그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최적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길로 나섰다. 이른바 부동산과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프롭테크(Property + Tech)'.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념도 생소한 '프롭테크'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중개 전문 업체인 직방의 빅데이터랩장으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 몰두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 정책 자문 위원으로서의 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인터뷰를 진행한 당일에도 보유세 개편안 관련 간담회를 끝나고서 만남을 가졌다. 지난 22일 부동산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그리고 있는 함 랩장을 만나, 고군분투 도전기와 부동산 시장 진단에 대해서 들어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사진/본인제공
 
직방 빅데이터랩장을 맡은 지 두 달이 지났다. 빅데이터랩을 이끈 소감은?
 
회사는 이제 두 달 정도 다닌 셈인데 업무의 변동이 크게 없어서인지 오래 근무한 느낌이다. 주로 신설부서라서 빅데이터랩의 업무파악과 운영방향을 고민했다. 예를 들어 정부 공공 DB(데이터베이스)는 공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정부가 공급하는 로데이터를 소비자가 의사결정하기에 편리하고 직관적적으로 가공을 하고, 시계열로 만드는 작업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특히 정부가 공급하는 실거래가 DB의 경우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일부 공개를 안 한다. 이런 정보를 준공년도와 맵핑을 한다든지 키값을 연결해 분석해야 하는데, 어떤 값을 연결하고 보여줄지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많이 들였다. 또 주택시장과 관련한 리포트 제작부터 ’부동산트렌드 빅쇼‘ 강연 등도 진행하면서 비교적 짧은 시간 다사다난하게 보낸 것 같다.
 
직방 빅데이터랩은 빅데이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바 ‘프롭테크'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다른 회사와 차이점이나 강점은.
 
직방 빅데이터랩은 리서치와 연구, 언론 인터뷰만 하는 아카데믹한 존재가 아니다. 현재 직방의 비즈니스 주 영역은 매물 리스팅 플랫폼이다. 매매·임대차 등 유저가 주거용 매물을 고르고 의사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플랫폼 트래픽을 높여 중개회원 매물을 잘 노출하는 게 주 영역이다. 직방은 모바일 플랫폼의 강자다. 직방에서 원·투룸 등 임대차를 구했던 젊은 유저들의 결혼 및 출산과 함께 자연스럽게 아파트 시장으로 유입이 기대된다. 이런 직방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거래, 가격, 세제, 금융 등 여러 오픈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해 매물을 찾는 수요자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DB 수집 기간이 짧아 10년 이상 장기 시계열을 보여주는 부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과 관련된 70여개의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항목의 DB를 수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크게 거래량, 실거래가, 입주 및 분양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추가적으로 파생이 된다. 예를 들면 직방 매물을 볼 때 지역 인구 흐름은 어떤지 GIS(지리정보시스템)에 보여드리려는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역별 소득 수준 정보도 붙일 수 있다. 이외에도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적정 청약 가점이나, 일정 기간 동안 강남구에 거래된 가장 높은 거래 리스트 순위 등의 내용을 구성해 전문가 툴을 만들 예정이다.
 
직방은 영국 런던 비즈니스 디자인 센터에서 개최된 ‘Future: PropTech 2018’에 한국 최초로 참석했다. 사진/직방
 
프롭테크가 수요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까.
 
부동산 가격 평가와 자문업이 프롭테크를 활용하면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수요자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 정부가 공급하는 정보 공급 툴은 교차 분석에서 유기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분양가의 적정성 등 수요자들이 판단하기에 어렵다. 수요자들이 집을 사거나 분양을 받거나 해당 지역의 인사이트를 얻도록 여러가지 지표를 통계로 엮어 보여주고, 그런 통계 정보 값이 저렴하다면 그것을 대중화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직방에서도 그런 기대들을 하고 있다. 이번 하반기보다는 조금 더 두고보기는 해야겠지만 그런 작업을 빨리 앞당기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이전 리서치 회사에서는 이런 작업이 불가능한가. 왜 스타트업을 선택했나.
 
어찌보면 저도 도박을 하거나 그런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 내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물론 제가 근무했던 이전 회사도 민간 부동산정보회사 중 상당한 업력과 뛰어난 리서치 기능을 보유한 대표 기업이다. 이미 만들어진 부동산 솔루션을 내려 놓고 새롭게 DB를 세팅하고 리서치 기능과 직방브랜드를 제고해야한다는 것에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 생리상 빠른 성장도 매력적이었다. 요즘 배달의 민족이나 쏘카처럼 스타트업 기업 매출이 1천억을 넘기는 시대다. 직방은 부동산 시장의 대표 플랫폼으로 향후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이다. 성장하는 기업이 과실을 직원과 함께 나눌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이직을 결정했다.
 
민간 영역뿐만 아니라 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폭넓게 활동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2014년 9·1대책이후 각종 부동산 부양책과 금리인하 등으로 갭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등 투기적 가수요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이런 가수요를 시장에서 걷어낸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강력한 수요 억제 카드들로 인해 실수요자 주택구매 환경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최근 서울도 거래시장이 크게 위축된 부분은 아쉽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보는 것 같다. 하반기 전망은?
 
부동산시장의 전반은 아파트 공급과잉 부담이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매수자의 주택구매 환경 부담이 과거보다 상당히 커졌다. 시장 견인 호재보다는 수요 억제 재료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공급물량 증가, DSR 등 여신규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주기적 세무조사, 보유세 개편 권고안 발표 등이 대표적이다. 주택시장은 1년 이상 집값이 하락하고 있으므로 전반적인 시장은 집값 안정 쪽에 무게추가 옮겨가 있는 상태라고 본다.
 
최근 발표된 보유세 도입은 어느 정도 파급력을 미칠까.
 
4월을 기점으로 조정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해 놓은 데다 보유세까지 같이 높여 퇴로가 막힌 상황이다.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밖에 퇴로를 만들어놓고 매각은 쉽지 않게 만들어 놨다. 양도세가 무서워서 신규로 사는 것도 막아 놨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거래는 둔화되는 패턴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시중의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부동자금이 1000조 정도 되는데 주식시장은 변동 폭이 크고, 고용이나 금리나 만족할 만큼 많이 오르진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하는 수도권 서울의 주택은 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30대들은 신혼공급 특별공급이나 분양시장 쪽에 몰입하고 있는데 그런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고인다. 서울 지역 같은 경우는 약보합정도 유지되지 않을까 한다. 그 대신 거래량이 좀 떨어지는 것은 불과하다.
 
정부가 종부세 강화를 골자로 한 보유세 개편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하락 기조가 이어질까.
 
장기적으로는 하락장세가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 데스밸리를 내년 1분기 정도로 본다. 분양시장에 대한 수요자의 관심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폭락 가능성은 없다. 물론 재고는 관망하고 신규 분양시장 수요가 이전하거나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전환해서 세금을 줄이는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있었다. 다만장기로 보면 주택이 물가상승률을 헤지 정도는 하는 것 같다. 정부의 규제가 지속하는 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쏠림은 커질 것이고, 서울 등 특정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나 선호현상은 높아질 것이다. 내년 1분기에 분기당 10만호가 쏟아지는 아파트 물량이 일정 부문 해결되면 수급과 관련해서 과잉되는 현상들이 줄어들 것이다. 2020년이 되면 시장이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 내집 마련을 꿈꾼다. 어떻게 해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까.
 
부동산시장은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내구년이 길고 공급과 수요의 사이클도 비교적 긴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기수요는 잡되 실수요자는 자가 이전을 돕도록 유효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소득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도 꾸준히 병행해야한다. 정부가 매입임대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 같이 주택도 낡고 개발할 수 있는 택지가 부족한데 공공이 건설임대를 하는 건 쉽지 않다. 미분양 난 물량들에 대해서 일정부분 매입임대, 매입확약을 활용해서 정부가 공사비만 주고 임대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작업들을 병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프라 불균형도 해소해야 한다. 지방과 서울 서울권 내에서도 외곽지역에서 인프라 차이가 난다. 전국과 달리 강남의 지역들은 자가점유율이 10년 전보다 떨어졌다. 전세 끼고 집을 사거나, 대출받아 집을 사고 다른 곳에 임대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는 인프라가 좋은 지역이 자산가치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수요들이 계속 밀고 들어오는 셈이다. 무작정 공급으로 과연 전국구 시장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냐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해줘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하는 시발점이 될까.
 
도시재생 사업이 일 년에 100여 곳씩 임기 내 50조를 투자한다. 4대강의 두 배의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인구감소 지자체 소멸 문제 등을 선행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 거점을 만들어주고 인구의 공동화를 해결하는 게 목표인데 관리를 잘 해야 된다. 다만 인구를 분산할만한 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구의 구조를 바꾼다는 개념보다는 새로운 거점을 만들어주면 교육, 의료, 생활편의시설 문제 등 최악의 인프라를 벗어날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 준다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정부가 너무 성급한 건 아닌가라는 아쉬움도 든다. 하나의 롤 모델을 만들어 놓고, 후행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초반 일 년에 100개씩 선정하는 속도전으로 가면 정확한 모니터링이라든지 후행모델 개발이라든지, 이 중에서 잘된 것과 못된 것을 퍼뜨리는 작업들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긴 그림 가지고 해야 한다.
 
앞서 서울시에서 진행된 도시재생사업에선 실효성 논란이나 노후 건축물 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는데, 도시재생 사업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최근 용산 상가붕괴 사례처럼 낡은 주택이 밀집해 안전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뉴타운 해제지들은 40년 이상 낡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안전진단 비용 보조를 통해 소규모 정비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일례로 가로주택정비사업처럼 지역상황에 맞는 소규모 정비사업들을 독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용적률 완화, 정비사업 저리융자제도 및 조세 감면 등을 통해 시행자 부담을 낮춰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일정 부분 공적지원이 들어간 지역에 대해서는 임대주택 건설도 병행해 공공임대 재고를 확보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방 빅데이터랩장으로서가 아니라 함영진이라는 사람의 향후 계획과 꿈이 궁금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30년 정도 된 2층짜리 낡은 단독주택이다. 몇 년 뒤에 가족이나 내 개성을 반영한 단독주택을 짓고 싶다. 옆집이 맞벽 형태로 지으면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개인 의견을 많이 녹이고 싶다. 또 제가 강아지만 두 마리 키운다. 그런 애견 미용이나 그런 것들 놀이터, 주말에 애견 미용 봉사도 하고 싶다. 직장 생활만 오래해서 은퇴 이후나 생활은 다른 방향의 삶을 추구하는 것도나쁘지 않을 것 같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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