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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지목한 삼륜차 규제 완화, 6개월 지나도록 깜깜"
2018-07-17 18:14:55 2018-07-17 18:14:55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바퀴가 3개인 전기차량이 이륜차로 분류됩니다. 이륜차는 오토바입니다. 그래서 이 차 안에서 헬멧을 써야 합니다. 운전면허는? 보험은? 고객이 물어보면 사실은 우리도 모릅니다. 올해 1월20일 이 차량을 제조해 보급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6개월이 지났습니다. 변한 게 없습니다."
 
이순종 쎄미시스코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혁신성장추진위원회(위원장 추미애 대표) 주최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규제개혁,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삼륜전기차라는 새로운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개인이동수단)'를 개발했지만,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규제와 법제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이 대표의 제품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삼륜차 규제를 대표적인 신산업 규제 조항으로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를 풀어 신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게 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강조했지만, 이날 토론회장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는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로 요약된다.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융복합으로 인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등장을 동반한다. 신기술 개발이 어려울 것 같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난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규제나 법규"라고 입을 모았다.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로봇 배송이 화두다. 영국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업체는 벌써 딜리버리 로봇 테스트를 마치고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우리도 이미 지난해 로봇 배송 기술도 확보하고 자율주행 테스트까지 마쳤지만 행정규정과 법률 규제상황이 없어 실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도 해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규정 미비로 이미 개발한 기술조차 도입하지 못하는 사이 이들 업체는 글로벌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 이사는 "한국 주문중계서비스 시장에서 이미 우버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중이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한국시장을 검토중이라고 들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신속한 신기술 테스트나 임시 허가, 융복합 기술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규제혁신 5법'은 지난 3월부터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날 토론에 앞서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경제발전 전략인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3축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문재인정부 규제혁신 방향과 추진전략'을 소개했다. 행정규제기본법(국무조정실)·정보통신융합특별법(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융합촉진법(산업통상자원부)·지역혁신특구법(중소벤처기업부) 등 규제혁신 5법을 통과시켜 규제 완화의 물꼬를 트고 궁극적으로는 신산업에서의 포괄적인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규제를 신속히 확인하고 테스트 등 실증 특례를 거쳐 임시 허가하거나 민관합동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통해 장관의 특례를 부여하는 규제 특례도 담겼다. 민주당 혁신성장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대표는 "국회가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출발하게 될 즈음 가장 먼저 할 일이 규제혁신 5법의 신속 통과"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성장추진위원회(위원장 추미애 대표) 주최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규제개혁,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규제 주체인 정부 부처의 업무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공무원의 혁신적 사고를 강조한 안건준 벤처협회장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총수가 감옥을 가면 사회에 큰 변혁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실무자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장과 부장 등 실무자들은 여전히 협력업체를 쥐어짜 돈을 뺏어와야 월급 값 했다는 말을 듣고 진급도 한다"면서 "이걸 정부에 대입하면 대통령은 정책에 관심을 갖지만, 현업에 있는 공무원들은 바뀌지 않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부처 간 업무 분담으로 일일이 소관부처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도 제기됐다. 윤소라 여성벤처협회장은 "3개월이면 풀 규제가 3년이 걸린다"면서 기업들로부터 규제 내용을 단일창구에서 접수받은 뒤 소관부처에 직접 전달하는 '샌드박스위원회'를 제안했다.
 
혁신성장을 주도할 '히든챔피언'은 중소벤처기업에서 나오는만큼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공공조달 부문에서 정밀한 입찰조달 시스템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조풍연 메타필드 대표는 "기술점수가 제일 좋아도 가격으로 인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신기술 부문에서는 미국처럼 '최저가 입찰' 대신 '최고가치 입찰'을 적용해 민간부문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핀테크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금융과 ICT를 결합한 핀테크를 육성하는데 벤처기업과 대규모자본을 보유한 금융회사가 맞붙으면 벤처는 버틸 수가 없다"면서 '금산분리·은산분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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