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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이재용을 위한 ‘꽃길’
2018-07-31 11:38:47 2018-07-31 11:38:47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만간 삼성을 방문한다고 한다. 부친의 부재로 사실상 삼성의 총수로 올라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김 부총리는 이미 지난해 12월 구본준 LG 부회장을 만난 것을 비롯해 지난 6월까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을 차례로 만났다. 그러니 이번에도 이 부회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이번 일정은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인도공장 준공식 조우에 뒤이은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국내 투자 및 고용 확대를 당부했고, 이 부회장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조우’는 절묘한 시점에 성사됐다. 그만큼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겼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삼성의 주홍글씨는 상당히 희미해졌다. 나아가 삼성이 문재인정부가 외치는 ‘혁신성장’의 주역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유발했다.
 
사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부르짖으면서 많은 일을 해왔다. 그것은 과거의 성장 도식과는 달랐다. 우리 사회의 각종 경제적 적폐를 해소하고 취약계층에 힘을 불어넣어줌으로써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 내수 선순환 구도를 되살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애시당초 당장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 자체만으로 우리 경제를 성장 궤도로 돌려놓기는 어려워 보였다. 도리어 고용통계는 악화된 고용상황을 전했다. 예상보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반발과 의구심을 가중시켰다. 급기야 야당을 중심으로 소득주도성장 폐기론까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2년 후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때문에 문재인정부로서는 ‘성장’에 갈증을 내기 시작했다. 출범 1년을 넘어 2년째에 들어선 정부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생산과 고용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 바로 그 돌파구를 여는 데는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의 굵직한 역할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큰 손'인 삼성에 기대를 걸어보려는 심리적 공감대가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 ‘이심전심’으로 형성된 듯하다. 이런 이심전심은 여러 가지로 노출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를 파고들며 ‘삼성 저격’에 앞장섰던 박용진 의원 등이 배제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에 관해 논란를 벌인 끝에 ‘공시누락’만 문제 삼고,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판단은 금융감독원에 다시 넘겼다. 이에 따라 논란 자체가 사실상 흐지부지 끝나면서 삼성을 편하게 해줄 공산이 커졌다.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방식을 ‘시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잃어가는 듯하다. 삼성 스스로 알아서 적당한 정리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삼성의 화답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SDI가 주요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였던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를 지난 4월 전량 매각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7개 중 3개가 해소됐다. 이제 4개만 남았다. 10년을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도 최종해결 단계에 진입했다. 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삼성 사옥 앞에서 계속되던 농성장도 없어졌다. 단순히 농성장 하나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들보 하나를 제거한 것이다. 나아가 향후 이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에서도 관대한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리한 근거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설립 방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수사 결과가 어떻든 이 부회장의 입지까지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대한 삼성의 완강한 거부와 박해는 삼성에서 오랫동안 누적돼 온 적폐다. 그런 적폐를 정부가 대신 청산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제 이 부회장 앞에는 ‘꽃길’만 남은 셈이다. 최근 정부와 삼성 주변에서 진행되는 일들은 결국 이 부회장을 위한 꽃길을 더욱 모양나게 만들어주려는 몸짓으로 여겨진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으로 삼성에 “비가역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이 부회장의 삼성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삼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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