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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중국을 정조준하라
2018-08-10 06:00:00 2018-08-13 14:31:16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7월 중순 극비리에 청와대를 방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데 이어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열었다.
 
한중 간 드러난 긴급한 현안이 없는데 중국의 외교수장들이 잇따라 우리 정부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은 물밑에서 중요한 사안이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 주요한 현안은 무엇인가. 양 위원의 방한사실을 확인해 준 청와대 관계자는 “좋은 분위기에서 양국 현안을 논의했으며 합의가 이뤄졌다든지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사드보복해제 차원의 여러 논의가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양국의 외교적 현안은 사드문제와 중국의 한반도 ‘종전선언’ 참여문제일 것이다. 사드문제와 관련,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중국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최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트라이엄프’ 실전배치 문제다. 중국이 우리의 사드배치에 대해 막무가내식 보복조치로 사드철수를 압박하면서 자국에서는 러시아산 사드를 도입, 실전배치한 것을 알고도 우리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한중 ‘사드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보복 등 온갖 조치를 취해도 우리 정부는 중국 위세에 눌려 그 어떤 맞대응도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우리가 중국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약한 대국과 소국관계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중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주중대사와 상하이총영사는 대중 전략의 최일선에 나선 첨병이다. 주중대사를 정치인으로 임명한 것은관례라 어쩔 수 없다 해도 최소 중국에 대한 이해가 넓거나 관련 이력을 가진 사람을 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상하이는 중국지도부의 한 축인 ‘상하이방’의 근거지이자 중국의 경제수도라는 점에서 상하이총영사는 주중대사이상의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다. 최악의 ‘상하이 스캔들’을 일으킨 김정기씨나, 단지 백범 김구선생의 손자라는 이유로 임명된 김양씨,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출신 구상찬씨 등이 상하이총영사를 맡게 된 것은 외교적 참사와 다름없다.
 
문재인정부 들어 첫 부임한 박선원 상하이 총영사는 6개월 만에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귀국, 국가정보원장 특보로 일하고 있다. 박 총영사 임명 당시 ‘국제정치, 동북아 분야에 밝은 적임자’라고 밝힌 청와대의 인물평가가 6개월 만에 달라진 것인가? 동북아정세가 6개월 만에 급변한 것인가? 박 전 총영사는 대중외교보다는 대미외교에 어울리는 경력을 가졌다. 대한민국 정부의 주상하이 총영사자리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의 대중외교 전략의 기본이 흐트러졌다.
 
남북 화해협력과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구축’이라는 전략적 목표는 민족적 감성과 열정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간이 다시 만나더라도 처음 만났던 감흥과 기대감은 그다지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본조건인 ‘비핵화‘없는 정상간 악수는 중국식 용어를 쓰자면 ‘지포불주화’(紙包不住火·종이로 불을 쌀 수는 없다)다.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던 북한은 중국의 뒤에 숨어 ‘비핵화합의’는 실천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대북제제완화와 해제에 몰두해있다. 결국 중국이 다시 한반도 해법의 북한 측 후견인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남북 협력의 강도를 높이더라도 중국의 동의 없이는 ‘비핵화’는 고사하고 실질적인 평화체제 구축은 요원하다. 슬그머니 남북미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려던 정부는 이제 중국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비핵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더 오랜 시간과 더 많은 장애물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신중해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것을 공략하고 취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은 비핵화다.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중국을 정조준하라. 지금까지의 대선 논공행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대중국첨병을 찾아내 배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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