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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세금 돌려 주는 생활SOC
2018-08-23 14:08:10 2018-08-23 14:08:10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아이들이 크면서 주말마다 어디를 데리고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아진다. 다행히 요즘은 집 근처 어린이도서관에 다니고 있어 한결 수월하다. 도서관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언제나 아이들로 북적인다.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동네 구석까지 들어와 주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용되는 것 아닌가도 생각된다. 규모가 큰 도서관도 좋지만, 지금처럼 집과 가까워 이용하기 편리한 도서관에 만족한다.
 
문재인정부가 내년부터 지역 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위해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한다. 8조원 정도를 도서관, 체육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 생활과 밀접한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생활SOC에 대한 투자를 설명하면서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도로와 철도, 교량 등 전통적인 개념의 SOC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생활SOC 예산 확대는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 건설사보다 지역 중소 건설사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대부분 규모가 작아 대형사가 참여해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밀착형 SOC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지방 건설사들이 대부분 사업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SOC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돈이 말라가는 지역 건설사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건설사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곳으로 정확하게 흘러야 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동안 SOC 사업을 축소한 문재인정부가 자신의 정책 기조를 바꿀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에서 생활SOC를 꺼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SOC 사업에 나서는 것을 변명하듯 생활이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것이다. SOC 사업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효과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생활SOC는 일반적인 토목사업과 엄연한 차이가 있다. 근린생활시설을 개선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민 삶에 밀접한 부분을 개선시킬 수 있다. 한번에 여러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규모 토목 사업을 통해 경기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도서관 등은 이미 전국에 많이 세워져 있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전국에 이용자가 거의 없는 도로들이 많이 깔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인프라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도서관뿐 아니라 일반 생활에 필요한 복지형 시설들은 피부로 느낄 만큼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주 도서관을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공원 주변에 비치된 운동기구들은 대부분 시설이 노후화돼 흉물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 실외에 설치돼 있어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사용하기 힘들다. 지역 주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찾기가 쉽지 않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과 문화시설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생활SOC를 통해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평소에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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