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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요
2018-09-12 06:00:00 2018-11-06 12:46:28
김의중 정경부장
대한민국 경제가 기로에 섰다. 고용은 절벽이고 빈부격차는 끝을 모르고 벌어진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부동산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한편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취해 온 이른바 ‘낙수경제’는 약발을 다했다. 대기업에 각종 법제와 세제 혜택을 줬지만, 재벌들만 배를 불렸고 부는 나누지 못했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됐다. ‘경제민주화’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떠들어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시작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분수경제로는 모두가 잘 사는데 한계가 있으니,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는 등 경제선순환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어려워졌고, 고용도 줄었다. 그렇다고 소득주도성장을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경제의 틀을 바꾸는 데 이만한 진통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또한 그 진통을 달랠 처방전이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으니 성패는 두고 봐야 안다.
 
국민을 더 불안케 하는 건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경제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엇박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시장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우선순위나 정책 강도 등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결이 다른 얘기를 자주해왔다. 최근 이슈로 부상한 부동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김 부총리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점진적 (종부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책방향의 키를 쥔 권력자들이 서로 딴 소리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애초 생각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다. 김 부총리는 기재부 2차관 시절이던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복지 확대 공약에 대해 “재앙이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복지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생각의 근본부터 다르니 한 목소리가 나올 리 만무하다. 특히 김 부총리는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를 키우며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그를 지지하고, 당 일각에선 “영입해서 다음 총선에 내보내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누구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생각이 다르면 충분히 토론하고 논의해서 도출된 결과를 국민에게 전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자기생각에 맞추기 위해 정부를 통째로 뒤엎으려 하는 건 안 될 일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다. 법륜 스님은 “출가 수행자가 절에 와서 자꾸만 자기 문제는 놓아두고 절 탓만 하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말이 생겼다. 이 말은 자기가 변해야 하는데 계속 남 탓을 하는 경우에 쓴다”고 했다.
 
정부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예측가능성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랬다 저랬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 부총리는 법륜 스님의 말을 곱씹어보기 바란다.
 
김의중 정경부장(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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