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적 역량' 동원된 조직범죄…장기간·다수 근로자 피해"
"백화점식 방법, 전문업체보다 더 교묘"…검찰, 대기업 전반으로 수사 확대
입력 : 2018-09-27 19:26:34 수정 : 2018-09-27 19:26:3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삼성이 노조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가히 ‘백화점’ 식으로 총망라돼 있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공작’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27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그간의 수사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4월6일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를 처음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175일만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실체를 일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의 고위 관계자도 “삼성경제연구소와 미전실 인사지원팀에서 폭로된 문건과 같은 내용의  노사전략 문건을 매년 작성해 온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동안 꼬리만 보이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은‘직원 만족의 성과’로 까지 포장돼 왔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실체는 직원들의 노동조합 결성과 활동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기본권 침해적 경영 철학’이었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은 치밀하고 집요했으며 무차별적이었다. 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을 컨트롤 타워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는 삼위일체가 돼 장기간에 걸쳐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 
 
"군사작전 방불"
 
그 ‘전략’의 총체가 일명 ‘GREEN화’작업이다. 검찰에 따르면, 미전실 인사지원팀은 매년 노조설립 저지·세확산 방지·고사화·노조탈퇴 유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각 계열사별 대응 태세 점검·회의와 함께 ‘무노조 경영’ 철학의 ‘신념화’를 위한 임직원 교육 등을 통해 삼성 곳곳에 깊이 뿌리내렸다. 실행은 전담조직이 맡았다. 삼성은 종합상황실과 신속대응팀(QR팀)을 설치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조와해 작업을 추진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삼성그룹이 노조와해 달성을 위해 임직원 교육용으로 작성한 문건 일부. 자료/서울중앙지검
전 고위관료·경찰·경총까지 합세
 
‘노조와해 공작’에는 정부 고위관료 출신 전문가와 현직 경찰 간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범으로 나섰다.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의 노조전문가인 송모씨는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고 이른바‘소진전략’이라는 컨설팅을 통해 ▲여론전을 통한 노조 고립 ▲조합원과 비조합원 적극 분리 ▲선별적 고용승계를 통한 역량 소진을 진행해 나갔다.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찰간부 김모씨는 비밀 접촉을 통해 노조 간부로부터 노조의 교섭 계획, 투쟁 일정 등을 파악한 뒤 이 정보를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자문위원인 송씨에게 알려줬다. 김씨는 그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 
 
경총은 단체교섭 대응 설명회를 개최하고 전화·이메일 등을 통해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단체교섭을 어떻게든 미룰 것을 종용했다. 모두 삼성 측의 요구대로였다. 
 
'친한 동료' 시켜 밀착 감시
 
직접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공작활동에서는 채무나 임신여부 등 노조원 개인에 대한 불법사찰까지 서슴지 않았다. 삼성은 2013년 6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그린화작업’에 쓰기 위해 협력업체로부터 조합원들 모르게 경력과 출신학교, 결혼·이혼여부, 채무 등 재산상태, 임신이나 정신병력 등 건강상태를 수집해 분석했다. 이후 이 정보는 삼성전자서비스 인사팀에 인계돼 개별관리 수단으로 이용됐다. 삼성은 이른바 'Angel'이라고 불리는 요원들을 배치해 노조 가입자를 밀착 감시하면서 노조탈퇴를 종용·회유했다. 'Angel' 요원들은 ‘문제인력’으로 분류된 노조원들과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선정했다.
 
‘을’의 위치에 있는 협력업체를 통한 ‘노조와해 공작’도 집요했다. 삼성은 협력업체 직원을 노조원과 비노조원으로 구분해 재취업 현황을 매주 점검하면서 비노조원 중 노조에 동조하는 사람은 아예 재취업에서 배제시켰다. 노조 가입률이 50% 이상이거나 노조원 수가 5명 이하인 협력사는 매년 운영실적 평가시 하위 등급으로 분류해 재계약 심사에서 제외하거나 불이익을 줘 협력업체가 그린화작업에 참여하도록 압박했다.
 
불참 협력업체 재계약 제외
 
검찰 관계자는 이날 노조파괴 전문 업체로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을 언급하면서 “삼성이 동원한 전술은 창조컨설팅의 경우보다 더 교묘하고 은밀하다”면서 “삼성은 노조와해를 위한 고도의 전문인력을 ‘인 하우스’ 형태로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강하게 처벌해온 반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규정되어 있고, 사측에 유리하게 해석·운영되어 온 경향이 있어 우리 노사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불법 폭력·과격 행동을 하게 된 측면이 있고, 결국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경한 대응을 초래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사,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 대한 와해공작 수사는 일단락 됐지만, 검찰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노조와해 공작'에 대한 수사를 전반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삼성의 경우 에버랜드가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수사 중인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그린화작업이 동일하게 적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오너일가의 개입여부 역시 조사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대기업의 유사 사건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으면 피해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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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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