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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청약제도 바꿔도 새 집 장만 별따기
2018-12-23 06:00:00 2018-12-23 06:00:00
"무주택자에게 청약 기회가 확대돼도 7억 넘는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무주택자 위주로 개편된 청약 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된 견본주택 현장에선 기쁨과 탄식이 교차했다. 한 신혼부부는 기자에게 무주택자가 청약할 수 있는 기회가 커졌지만 청약 자금 마련하기는 더 까다로워졌다며 하소연했다.
 
요는 이렇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 정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에서 중도금 대출 한도를 60%에서 40%로 줄였다. 이에 건설사들은 초기 공사 자금 확보를 위한 계약금 비중을 기존 10%에서 20%로 늘렸다. 그만큼 청약자도 내집 마련을 위해선 초반 현금 보유 능력이 필요해졌다. 예컨대 7억대 아파트 청약이 당첨되면 과거에는 7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1억원을 훌쩍 넘는 자금을 보유해야 한다. 거기다 나머지 20% 중도금도 현금으로 치러야 한다. 무주택자에게 추첨제 주택의 75% 이상이 돌아가 당첨되더라도 막상 초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주택 구입이 어렵게 된 셈이다. 특히 전세 세입자들은 짧은 시간에 자금 마련이 어려워 애초에 청약을 포기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동시에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기준 변경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청약 제도를 개편하면서 과거에 주택을 소유하거나 처분한 경험이 있는 신혼부부는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물론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기존 주택을 팔고 다시 특별공급 자격을 얻는 사례를 방지하는 것은 타당한 처사다. 하지만 이 같은 포괄적인 정책에선 작은 규모의 주택에서 거주하다 자녀가 늘어 주택을 바꾸는 선의의 수요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결국 유주택 신혼부부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시행일 이전까지 주택을 팔고 무주택기간이 2년이 지난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 2순위 자격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 특별공급 2순위 당첨 가능성은 낮아 수요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펼 때 세밀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무주택자에 대한 청약 당첨 기회가 높아진다고 해도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비판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자와 선의의 유주택 신혼부부들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주택 정책은 허탈감만 안길 뿐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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