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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애플이 변했다
2019-01-17 00:00:00 2019-01-17 23:33:27
왕해나 산업 1부 기자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애플이 변하고 있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 보여준 애플의 모습은 생소했다. 한국 대표 전자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와의 협업을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들의 스마트TV에 자사의 아이튠즈 콘텐츠와 에어플레이를 탑재했다. 그 동안 철저하게 자사의 서비스를 자신들이 만든 기기에만 채택한다는 고집을 꺾은 것이다. 
 
CES 2019 전시장에 부스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광고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폰에서 일어나는 일, 당신의 아이폰에 머물게 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아마존, 구글이 사용자 정보를 이용한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동안 세계 모바일 전시회 MWC나 유럽 가전전시회 IFA 등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CES 곳곳에 스며있던 애플의 흔적은 내부 전략의 변화를 감지하게 했다.
 
‘애플 쇼크.’ 변화는 이때부터였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애플 기준 2019년 1분기) 매출 전망치를 5~10% 낮췄다.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 기존 사용 기기를 반납하면 30만~60만원을 할인해주는 보상판매를 시작했다. 아이폰 신제품에는 최대 22% 할인을 적용했다. 애플은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을 꼽았다.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국 시장 판매가 타격을 받아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는 데에 의견이 모이는 듯하다. 애플을 따라다니던 혁신에 대해 소비자들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이폰 가격은 200만원에 육박하는데 디자인과 크기 말고는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5G, 폴더블 등 주요 스마트폰 트렌드에도 한 발 뒤쳐졌다. 소비자들은 실망했고 아이폰 판매량은 줄었다. 
 
결국 자세를 낮추고 전략 변화를 선택하는 애플에 대해 업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동안 협력업체의 부품 가격, 임금, 운송비까지 낮춰 마진율을 높이면서 각 나라 광고비용과 마케팅 비용은 이동통신사들에게 떠넘겼던 애플이다.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적으로 저하시키고 구부러진 아이패드도 정상품이라고 주장하는 등 소비자들에게까지 갑질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가격을 낮추고 협력사들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애플의 자세는 긍정적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폰1을 들고 나왔을 때처럼 정체된 산업을 다음 단계로 진화시키는 청사진을 제시할 혁신이 있어야 한다. 가격 조정으로 이윤을 유지하려 해도 창의력이 약화된 기업은 결국 시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소비자들이 애플에 열광한 이유는 스티브 잡스의 이런 정신이었다. 변하는 것은 가격만이 아니어야 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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