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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소상공인 기본법조차 없어서야
2019-01-18 06:00:00 2019-01-18 06:00:00
최원석 중기IT부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7일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았다. 역대 경제부총리로는 첫 소상공인연합회 방문이다. 이날 자리는 현장 의견을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인 만큼 다양한 정책 제언과 답변이 오갔다. 이날 백미는 홍남기 부총리가 올해 '소상공인 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언이다.
 
일면 '소상공인에 대한 기본법조차 없었나'라고 의아해할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소상공인은 일자리의 25%를 담당한다. 사업체 수는 전체 사업체의 85.6%, 종사자 수는 전체 종사자의 36.2%를 차지한다. 엄연한 한국경제의 주축이지만 그동안은 기본법조차 없었다. 이는 소상공인의 사회적 지위와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기본법 수립은 소상공인이 수년째 추진한 숙원 과제다. 개별적이고 영세하다는 이유로 입법권한을 가진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에 번번이 기본법 제정이 가로막혔다. 소상공인이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정부지원을 받고 있어 중소기업 영역 아래 두려는 경제주체 간 이기주의도 기본법 부재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홍남기 부총리가 이날 자리에서 "지난해 다섯 차례 자영업·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선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정책의 부진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효과적인 정책이 나온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않다고 자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물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그물망이 워낙 복잡해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숫자도 큰 만큼 섣불리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다섯 차례나 소상공인·자영업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선 경영개선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고 토로한다. 현실과는 다른 '공염불' 정책이라는 쓴소리도 연신 쏟아지는 중이다.
 
근본적으로는 그간 역대 정부가 기본법조차 없이 '땜방식 처방'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벌어진 필연적 결과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 문제를 풀기 위한 시작은 기본법 수립에 있다. 기본법을 근간으로 중·장기 기본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정책 평가와 수립, 대통령에 보고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년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이 소상공인 문제를 심각하기 인식하고, 소상공인을 독립적인 경제주체로 설정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주요 정당 대표도 한목소리로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에 동의했다. 하지만 기본법 수립 논의는 소상공인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소상공인 생존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나서야 비로소 기본법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듯해 씁쓸하다.
 
최원석 중기IT부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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