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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심이 천심이다
2019-02-08 06:00:00 2019-02-08 06:00:00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1월28일 중국 공산당 연례행사인 당외세력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든 사업은 안정 속에서 발전하고 발전과 동시에 안정을 다져가야 한다"며 '안정이 발전에 우선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모든 통일전선 세력들이 안정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으로서는 안정과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2018년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의 발전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저성장과 저발전은 중국의 사회 안정과 정치 안정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올해도 계속된다.

2월3일 2019년 춘절단배회에서 시 주석은 "지난해가 힘든 과정이었지만 안정 속에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사회 안정을 유지했고 그 성과를 인민에 돌린다고도 했다. 발전과 성장, 인민을 모두 언급했다. 앞으로도 당과 국가는 안정 속의 성장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2016년 7월1일 중국 공산당 창당 95주년 연설에서도 그는 "발전과 성장은 공산당의 집권과 국가 부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임무이며 중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인민의 나날이 증가하는 수요와 낙후된 사회 생산의 갈등이 사회의 주요 갈등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 안정이 흔들리면 당과 국가의 존재 이유와 통치 당위성도 위태롭다. 중국사와 문화적 맥락을 보면 사회의 불안정은 대부분 체제 이반을 가져왔다. 2019년 1월 17일 전국 공안청장, 공안국장 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여기서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 자오커즈는 '정치 사회 안정'을 강조했다.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70주년에 즈음해 "'색깔 혁명' 대비에 초점을 맞춰서 정치 안보를 튼튼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안정을 책임지는 공안부장 입에서 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색깔 혁명'이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다. 사회 안정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고, 안정이 절대 필요하다는 다급함의 발로일 수도 있다.

중국의 당과 국가는 어떻게 사회 안정을 이루려는 걸까. 그 답은 바로 시 주석이 수차례 언급한 발전과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파이를 키워 인민들에서 성취감과 행복감을 안기고 당과 국가에 대한 신뢰를 높이자는 것이다. 개혁개방 40년도 결국 성장과 발전을 통해서 파이를 키워 이를 인민들에게 나눠준 과정이었다. 발전과 성장이 없는 중국은 인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또한 당과 국가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당과 국가에 대한 신뢰 약화는 사회 안정을 기저에서 흔들기 때문에 중국 당국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8년 미중 무역갈등, 나날이 확대되는 도농·세대·계층·도시 격차 등이 발전과 성장에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향후 중국의 미래 변화가 장밋빛만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도처에 중국의 성장과 발전을 제약하는 요소들이 산재했다. 성장과 발전이 더디 진행된다면, 성과에 대한 업적으로 신뢰를 보냈던 인민의 믿음이 흔들린다면 당과 국가는 다른 방식으로 인민의 마음을 잡는 노력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인민의 마음에 직접 호소하는 일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개혁개방 40주년 축하 대회에서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신앙과 신념, 신심이야말로 중국 인민들이 일어나고 부유해지고 강대해지는 가장 중요한 정신적 힘"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신앙은 마르크스주의 견지를, 신념은 중국 특색사회주의 견지를 말한다. 신심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의 꿈 견지를 말한다. 중국이 처한 녹록치 않은 국내외 도전을 마음가짐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일종의 주문이자 고육지책이다. 즉 이상과 신념을 통해서 중국이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신뢰를 통해서 힘을 모아나가자는 의미이다.
 
인민은 신앙을 가져야 하고, 민족은 희망을 가져야 하며 국가는 힘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마르크스가 말한 '존재가 의식을 규정 한다'는 테제와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의식이 존재를 규정 한다'는 새로운 중국식 도그마로 읽힌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식 수사(修辭)는 교조적이라는 점에서 학술·이론적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당과 국가가 인민과 점점 유리되면 사회 안정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정신역량 강화 일환으로 신뢰 문제에 접근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정신역량의 강화가 최고 지도자의 위상과 권위를 한껏 고조시키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개인 우상화의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서 이미 시 주석은 전지전능 지도자로 선전되고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절대 권위를 가진지 오래다. 심지어 시진핑의 정치 사상과 경제 사상, 외교 사상 등을 학술·이론적으로 정립시키려는 움직임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신역량 강화를 통해 당과 국가에 대한 인민의 신심을 높여가려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개인 권위를 강화하되 이것이 개인 우상화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과제가 중국의 당과 국가 앞에 놓여 있다. 사회 안정을 위한 인민의 마음잡기가 오히려 퇴행적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민심은 천심이고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경계해야 한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jia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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