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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자동차 엔진 다운사이징은 세계적 추세”
박해인 지엠테크니털센터코리아 부장…2006년부터 말리부 개발 총괄
"첫 차 출고되는 순간 보람 느껴"…카허 카젬 사장 등과 미디어 쇼케이스 참석
2019-03-07 06:00:00 2019-03-07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전 세계적으로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절감 등 변화하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엔진 다운사이징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연비 측면에서도 다운사이징은 중요하죠. 차체 무게를 줄이거나 타이어를 통한 연비 향상에는 한계가 있어 다운사이징을 통한 엔진의 효율성 극대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해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차량개발총괄 부장의 말이다. 박 부장은 1993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했으며,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말리부'의 개발총괄을 담당했다.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박 부장은 "지나고 나니 '한 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특히 회사 생활의 절반을 말리부와 함께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해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차량개발총괄 부장. 사진/한국지엠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엔진의 크기와 배기량을 줄여 배출가스를 감소시키면서도 기존 엔진보다 효율을 높이는 다운사이징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11월말 말리부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1.5리터 터보 엔진 대신 1.35리터 'E-Turbo' 모델을 선보였다. 최근 쌍용자동차의 신형 '코란도'에도 2.2리터 디젤엔진 대신 1.6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C220d'는 OM645 디젤엔진을 통해 배기량은 2143cc에서 1950cc로 낮아졌지만 최대출력은 170마력에서 194마력으로 향상됐다.  
 
박 부장은 "엔진 다운사이징은 배기가스 규제와 연비 향상이라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규제 강화 흐름을 감안하면 앞으로 규제 수준을 지키지 못할 경우 차량 판매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엔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엔진 배기량은 낮아져도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성능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확대되는 추세와 관련, 환경 문제와 연비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친환경차가 내연기관차를 빠른 시일 내에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친환경차가 상대적으로 규제를 맞추기도 쉽고 연비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친환경차 보급 면에서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자택에서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갖춰 충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고 수소전기차도 당분간 획기적인 인프라 구축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 부장이 최근 말리부 시승행사에서 엔진 다운사이징 등을 설명했다. 사진/한국지엠
 
말리부는 '스파크'와 함께 한국지엠을 대표하는 인기 모델이다. 지난해 11월26일 '더 뉴 말리부' 출시 행사에서 박 부장은 카허 카젬 사장, 제임스 플레밍 디자인 부문 전무, 황준하 차량구동시스템 부문 전무 등과 함께 제품 설명 및 질의응답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미디어 쇼케이스를 떠올리면서 "어떻게하면 차량의 장점, 특징을 부각할 수 있을까 등을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중형 세단 시장은 현대자동차 '쏘나타', 기아자동차 'K5', 르노삼성자동차 'SM6'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조만간 쏘나타 풀체인지 모델을 이달 출시해 시장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말리부 2.0 터보 모델 외에 1.35 E-Turbo, 1.6 디젤 모델을 추가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박 부장은 "보통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서는 차량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바꾸지 않지만 이번에 GM 최초로 CSS엔진을 말리부에 적용했다"면서 "3기통, 4기통, 6기통 등 다양한 실린더, 피스톤, 연소실의 조합에 따른 엔진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차 재직 시절부터 '왜 현대차보다 차량이 무거울까'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번 말리부에서는 차량 경량화와 연비 극대화에 중점을 뒀다"면서 "차량의 강점은 더욱 강하게, 약점은 극복하면서 소비자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목표를 갖고 개발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중형 세단은 2000cc라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 제품 라인업도 2000cc 위주로 구성돼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1341cc 차량이 공개되자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기도 했다. 그는 "말리부가 경쟁 중형 세단보다 '디자인이 멋지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는데, 안전성에서도 앞선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외에 주행성능을 비롯해 라이드 핸들링, 차량 밸런스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6일 말리부 출시 행사에서 박 부장의 모습. 맨 왼쪽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사진/한국지엠
 
또, "국내에서는 중형은 2000cc, 준중형은 1500cc 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차량의 크기로 차급을 나누는 문화도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1.35 모델을 공개하면서 중형 세단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도전의 계기로 생각했고 1.35 모델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패밀리 세단으로 콘셉트를 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말리부 1.35의 공식 복합연비는 14.2km/ℓ로 중형 세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국내 가솔린 중형 모델로는 최초로 복합연비 2등급을 획득했다. 박 부장은 최근 말리부 1.35 시승행사에서 고속도로 구간에서 연비 24.5km/ℓ를 기록한 사진을 인 했다. 기자도 연비를 높이기 위해 크루즈 콘트롤을 활용하고 과속을 최대한 자제했지만 19.7km/ℓ에 그쳤다. 
 
박 부장은 "연비는 결국 운전 습관에 따라 좌우되며, 연비를 높이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급출발 급가속'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특히 젊은 운전자 중에 이른바 '칼치기'를 하거나 과속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름을 도로에 쏟아붓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루즈 콘트롤의 경우 일정한 속도로 계속 주행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조작하는 것보다 연비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가속 페달을 자주 밟았다 떼는 습관은 좋지 않다"면서 "꾸준하면서 부드럽게 페달을 조작해야 연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1993년 대우차에 입사해 26년간 한 곳에서 근무했다. 입사 계기에 대해 "반드시 대우차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어렸을 때 집에서 대우전자 등 대우 브랜드 제품을 많이 본 덕분에 브랜드와 친숙해졌다"면서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돌아보면 차량을 개발해서 1호차가 출고되는 순간 '이제 해냈구나'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박 부장은 1993년부터 현재까지 대우차, 한국지엠에서 근무했다. 사진/한국지엠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SUV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으며 수입차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 출시되는 신차의 대다수가 SUV이며, 수입브랜드들도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SUV 인기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보이는데, 얼마전 미국에서 올해 출시되는 차량 리스트를 보니 일본 브랜드의 세단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SUV였을 정도"라면서 "미국에서 시작됐던 SUV 인기 현상이 점차 확산됐고, 국내에서도 점차 많은 사람들이 SUV를 경험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구축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수입차 인기에 대해서는 "'동네 벤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 브랜드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과거 1억원이 넘는 모델이 현재 5000만원 전후에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진입 문턱이 상당히 낮아졌다"면서 "최근 수입차 오너 중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는데 특히 남자들은 '카마로'나 '포르쉐 911' 등을 여자 친구와 같이 타는 게 로망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슈퍼카 보다는 편안하게 대형 SUV를 타보고 싶다"면서 "말리부가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더 많이 판매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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