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개신교 근본주의를 경계한다
입력 : 2019-03-15 06:00:00 수정 : 2019-03-15 06:00:00
임채원 경희대 교수
한국 보수세력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들이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몰락하면서 그 다음 선택이 무엇일지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세계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에서 포용적 자본주의 등으로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하는데도,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들은 이미 폐기처분된 신자유주의와 그보다 더 퇴행적인 박정희 신화의 재생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현실무시와 과거로의 회귀는 탄핵이라는 정치적 파산 선고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거리에서 보이는 것은 태극기 부대의 공허한 박근혜 복권에 대한 외침뿐이었다.
 
2017년 탄핵 이후 2년 만에 한국 보수세력은 ‘개신교 근본주의’를 선택했다. 보수정당은 황교안 체제를 선택했다. 비로소 그들은 신자유주의 몰락 이후 한국의 주류 보수세력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했다. 놀랍다. 어찌 이렇게도 미국 보수세력과 쌍생아 같은 흐름을 한국에서 보여주고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개신교 근본주의와 복음주의는 적어도 OECD 국가 중에서 한국과 미국에서만 제도정치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수 세력의 주류로 개신교 근본주의가 등장하는 것은 예견된 결과다.
 
미국 정치에서 종교적 근본주의가 정치의 전면에 나타난 것은 레이건 당선에서 비롯되었다. 1976년 감리교 신자였던 카터가 민주당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까지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근간이었던 복음주의 교회들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서 있었다. 복음주의 성경학교들에 대해 카터 정부가 인종차별 철폐 등의 진보정책을 강요하자, 복음주의 교회들은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크리스천 우파의 시작이었다. 이 흐름은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한국에서 뿌리를 내린 뉴라이트 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산 뉴라이트 운동은 시민단체 만드는 방법, 이슈파이팅하는 방법,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 그리고 대중을 동원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제도정치로 급속히 유입되었다. 그 결과, 레이건의 당선으로 미국 정치의 전면에 개신교 근본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개신교 근본주의가 정치의 전면에 출현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사학법 개정문제에서 비롯되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종교단체가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학은 정부의 일방적 지원은 받았을 지라도 간섭은 받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이전까지 보수정권과 종교계 사학은 정치적 지지와 그 반대급부로 받는 재정적 보조금으로 공생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었다. 사학법 개정은 족벌체제, 공금횡령, 채용비리 등 사학 부패에 대한 실질적인 개혁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고, 이에 대해 보수적 종교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뉴라이트가 대중적인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개신교 근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보수 기독교는 미국의 근본주의 세력과 실질적인 연대를 오랫동안 유지해 오고 있었고, 그 운동의 방법을 미국 근본주의로부터 배웠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에 가장 크게 정치적인 힘을 보탠 것이 개신교 근본주의 세력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등이 교회 세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됨으로써 확인되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립 유치원 사태의 씨앗도 이때 뿌려졌다. 영육아 정책의 공공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개인 사업자와 교회 조직에 유리하게 정책 설계를 하였고, 지나치게 시장화된 유치원들이 오늘날 최소한의 공공성 확보에도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종교적 근본주의 성향의 대통령 후보와 이를 전향적으로 지지한 한국 개신교 주류세력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황교안 체제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보다도 더 전향적인 보수 기독교 세력을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2007년 이명박 당선 당시에는 여전히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고, 보수 기독교는 후방지원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 보수세력에게 그들의 깃발이었던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고, 지금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 같은 개신교 근본주의를 중심으로 보수적 안보논리, 색깔론으로 재무장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의 개신교 근본주의가 김영삼, 이명박 시대의 민주화 이후 짧은 시간에 유행처럼 등장한 것이 아니라 1880년대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개신교가 전도될 당시부터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평안도 등 한반도 서북지역에서 자리 잡았던 근본주의 개신교가 월남과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게 되었다. 14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 경향과 복음주의가 종교적 배타성과 문화적 배타성을 갖고 한국 정치에서도 배타적인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다. 한국 개신교에는 미국과 독일 등에서 볼 수 있는 자유주의적 개방성이나 성서비평의 열린 시각을 찾기 힘들다.
 
보수 정당과 보수 기독교가 개신교 근본주의의 폐쇄성과 배타성으로 진화하는 것은 한국 정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정치는 건강한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이라고 한다. 개신교 근본주의와 복음주의의 정치적 배타성과 원리주의가 심히 걱정스럽다.
 
임채원 경희대 교수(cwli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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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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