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손흥민이 차기 대선 후보라면
입력 : 2019-04-15 06:00:00 수정 : 2019-04-15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요즘 이 사람 보는 맛에 산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대한민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을 능가하는 기록을 쌓아가고 있는 불세출의 스타, 영국 토트넘 핫스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최근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강적인 맨시티를 침몰시키는 회심의 한 방을 터트렸다. 올 시즌 벌써 18호골이다. 거의 골 아웃될 뻔한 공을 살려낸 후 회심의 결승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이제 아시아 무대를 넘어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우뚝 올라섰다. 어쩌다 운이 좋아 지금처럼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오른 것이 결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 선수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저런 설명을 떠나 손흥민 선수가 주는 극적인 기쁨은 온갖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논란으로 심신이 지친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가끔 몸이 무거워 보이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경기장을 누비는 손흥민의 일거수일투족에 에너지를 얻게 된다. 마약 의혹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아이돌 스타와는 차원이 다르다. 왜 어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손흥민의 팬이 된 것일까.
 
우선 그가 보여주는 능력이다. 전 세계의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모여드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손흥민은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훈련과 연구하는 자세로 경기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진정한 능력자다. 실타래처럼 꼬여 있어 풀리지 않는 경기도 어느 순간 단숨에 풀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를 받아 나라를 이끌 천금같은 기회를 얻었지만 헌신짝처럼 버린 인물들과 대비된다. 민생은 내동댕이친 채 정쟁에 매몰된 모습을 볼 때마다 쌓은 분노를 손흥민 선수의 통쾌한 골 장면으로 해소한다고 하면 지나친 연결일까. 남북관계 개선, 선거제도 변경, 검찰과 경찰 개혁 등 풀어야할 과제가 잔뜩 쌓여 있지만 풀릴 기미는 없다.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헌법재판소보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본부장 자리에 더 잘 어울린다는 대목에선 허탈해진다.
 
손흥민 선수가 가진 두 번째 매력은 배려다. 탁월한 골잡이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항상 상대방을 배려한다. 자기가 골을 넣기 위해 가끔 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동료 선수를 배려하는 모습이 경기 중에 차고 넘친다. 손 선수 경기를 볼 때 자연스럽게 입 꼬리가 올라가는 장면은 국적이 다양한 동료 선수들과 정겹게 나누는 골 세리모니다. 물론 에릭센, 케인, 델리알리 등 다른 골잡이들에게 일등 도우미가 되는 역할을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상당한 상대팀 선수들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손흥민 선수야 말로 '배려 천사'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 정치권에서 손흥민의 배려 같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고사리 손의 초등학생들이 국회 참관을 가보았자 여야가 허구한 날 싸움하는 모습만 본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배려는 정치의 기본이고 근본이다. 말로만 포용과 협치일 뿐이다. 다수의 국민들은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변경에 대해 찬성하지만 국회는 이제야 정부 협의안 타령을 하고 있다. 어느 당이 조금 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네 탓 공방'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손흥민 선수가 발산하는 추가적인 매력은 헌신이다. 살인적인 영국의 경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나라의 부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국가에 대한 헌신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손흥민 선수가 홈구장에서 한 골을 넣을 때마다 카메라는 한국 국기와 한글 응원판을 보여준다. 이것이 애국이고 헌신이다. 국가대표라는 책임과 주인 의식이 없다면 헌신은 어려운 일이다. 잘 나가고 있는 손흥민 선수와 비교하면 우리 경제는 내리막길이다. 특히 지방이 더 어렵다고 한다. 공장이 멈추고 수출길이 막힌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공자왈 맹자왈 하는 서당에서도 옷은 입어야 하고 밥은 먹어야 하지 않는가. 사회지도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막말 퍼레이드에 시나브로 국민들의 마음은 떠나고 있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손흥민 선수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국회의원 월급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두잇서베이가 자체조사로 지난달 18~26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4215명 온라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1.51%P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에서 확인가능)에서 '국회의원 월급'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물어본 결과 10명 중 8명 이상인 84.3%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으로 나타났다. 밥값조차 못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옥석 구별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다. 손흥민 선수가 차기 대선후보라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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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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