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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블록체인 자금조달)③"제도정비와 가이드라인 절실"
미국 등 ICO 가이드라인 제시하며 시장대응…전문가들 "우리도 불확실성 줄여야" 지적
2019-04-19 06:00:00 2019-04-19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최근 블록체인 업계의 자금 조달 방식이 진화했다. 전 세계 블록체인 업체들은 기존 암호화폐공개(ICO) 외에도 거래소공개(IEO), 증권형토큰공개(STO)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금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정부의 ICO 금지 방침에 따라 IEO나 STO 등 다른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들도 정부의 규제 방향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들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초기 암호화폐 시장에서 무분별한 ICO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이뤄진 1450개 ICO를 조사한 결과, 18.7%인 271개가 사기성 프로젝트였다고 보도했다. 또 크립토밸리 등 암호화폐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이뤄진 ICO들 중 자금 조달 상위 20개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 5%는 프로젝트 중단, 20%는 진행 중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상태였다. 10%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에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ICO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주요국들은 ICO를 금지하거나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투자자 주의를 발표하는 조치를 취했다. ICO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대표적인 국가들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은 민간 부문에서 ICO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대신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사안별로 대응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미국은 증권 규제를 통해 업계의 무분별한 ICO를 제한했고, 기존의 투자계약 해석으로 ICO를 증권 규제 영역에 묶어뒀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체 블록체인을 보유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블록체인 업체가 ICO 진행 시 현행 증권법에 따라 기업공개(IPO) 수준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SEC는 최근 구체적인 ICO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프랑스와 스위스, 일본 등은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해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우리 정부가 ICO 금지 입장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CO 전면 금지는 사실상 암호화폐 시장을 방치할 뿐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 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적용될 때 기존 법이나 제도와 상충할 경우, 이를 살피고 필요한 법령을 정비해야 사회적 혼란을 막고 블록체인 기술을 더 확산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지금처럼 ICO 금지 방침만 밝히고 여러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들을 마련하지 않는 건 책임 회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조금씩 나아진다고 하지만,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하고 ICO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ICO는 한파"라며 "IEO와 STO 등 다른 자금 조달 방식들도 지금과 같이 가이드라인과 제도 정비 없이 방치되면 시장 혼란만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김 센터장은 "블록체인은 진흥하고 암호화폐는 금지하는 정부 태도가 문제"라며 "대중에게 블록체인 기술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게 암호화폐다. 시장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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