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처님 오신날 생각하는 '욕설과 인욕'
입력 : 2019-05-28 06:00:00 수정 : 2019-05-28 06:00:00
한 브라흐민이 부처님에게 욕을 했다. 부처님은 화도 내지 않았고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았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브라흐민이여, 내가 그대에게 한 가지 물을 게 있다. 그대의 집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 좋은 음식으로 대접했는데 그 손님이 그대가 내놓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이 되겠는가?” 브라흐민이 답했다. “물론 도로 내 것이 될 것이요.”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브라흐민이여. 실로 그와 같도다. 만일 내가 그대의 욕설을 듣고 되받아 분노한다면 나는 그대와 식사를 함께 한 것이 되겠지만 나는 그대의 대접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음식은 다시 그대의 것이 되었노라.”
 
욕을 하면 결국 더러워지는 자는 욕을 한 자이다. 원래 그 욕은 자신의 것이었고 만일 남이 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자신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인욕 바라밀이라고 한다. 참고 견디는 것은 보살 수행 중의 하나다. 
 
이 일화가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이 일화를 실천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먼저 나 스스로 실천해야겠지만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의 막말이 너무 심각하다. 상대를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예사이고 좌파독재, 북한 정권의 대변인, 문빠, 달창, 한센인, 사이코 패스 등의 막말이 난무한다. 전방 시찰에서는 군이 심지어 통수권자의 말을 듣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마치 군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따로 있는 것처럼, 그래서 군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의 이익은 져버려도 된다는 식으로 말한다. 거짓말도 예사로 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거짓말, 망언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말을 통해 없는 갈등을 만들고, 있는 갈등은 극대화하고, 마침내 폭발시킨다. 사회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갈등도 정치인 손에 들어가면 오히려 해결이 어려워진다. 모든 갈등이 정부가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닌데도 정부를 공격한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단순한 전략을 구사한다. 상대가 공격하면 나도 공격하고 상대가 가만히 있으면 나도 가만히 있는다. 당하는 쪽은 같은 수준의 보복을 꿈꾼다. 유명한 동해보복의 원칙, 탈레오의 법칙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칙이다. 논리적이고 현명한 전략처럼 보인다. 상대를 절멸시키는 것은 아니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탈레오의 법칙의 결과는 모두의 파멸이다. 위대한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모두 눈을 잃는 장님이 된다. 한국의 정치판에서는 어떻게 될까? 모든 정치인들이 고소·고발을 당하여 검찰의 수사를 받고 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잠재적인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탈레오의 법칙에서 한발 더 나간다. 상대가 공격하면 나도 공격하고 상대가 수비해도 나는 공격한다. 
 
정치인들의 가장 큰 무기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말을 통하여 시대정신을 말하고 시대적 과제를 제시한다. 말을 통하여 지지자를 모으고 말을 통해 권력을 잡고 정책을 집행한다. 정치인들의 말은 사실상 정치인의 모든 것이다. 막말을 하면 자신의 수준도 낮아지고 정치의 수준도 낮아진다. 수준이 낮아지는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말한 사람 본인과 정치 자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들의 말이 갈등을 낳으니 정치인이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치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정도다.
 
정치의 수준을 높이려면, 아니 최소한 정상화하려면 말을 가려해야 한다. 욕설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욕설에 물든 이를 설득하여 욕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다. 부처님 일화에서 보듯이 브라흐민이 욕하는 것을 미리 막을 방법은 없다. 방법은 인욕, 참고 견디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 부처님처럼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화엄경의 이세간품은 이렇게 말한다. “만일 누가 꾸짖고 욕하더라도 모두 잘 참고 인내하나니 그의 마음을 아끼기 때문이네.”
 
먼저 참는 자가 필요하다. 참는 것은 나에게 차려진 욕설의 밥상을 되물리는 길이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길이다. 상대방이 더 이상 욕설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다. 부처님 오신날이 있는 5월, 정치인들의 욕설과 막말을 완전히 끊을 수 있는 부처님의 지혜가 더욱 생각난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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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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