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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지금은 어깃장 놓을때 아니다
2019-07-05 06:00:00 2019-07-05 06:00:00
최저임금위원회의의 최저임금 논의가 한창이다. 사용자위원들은 밤샘회의 끝에 4일 최초요구안으로 8000원을 제시했고, 앞서 근로자위원들은 1만원을 첫번째 협상안으로 내놨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지난해 대비 10.9% 인상된 금액이다.
 
그런데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올해 최저임금에서 4.2% 감액된 금액을 주장했다. 사실 사용자위원들이 최초 요구안으로 삭감을 주장한 것은 2010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던 2009년에도 한 차례 있었다. 당시 사용자위원들은 어려운 경제 사정을 이유로 4000원에서 5.8% 내리자고 주장했지만, 결국에는 2.75% 오른 4110원으로 결정됐다. 즉 한 번도 최저임금을 깎은 적은 없는 셈이다.
 
때문에 사용자위원들의 제시안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다. 오히려 근로자위원들이 1만원을 내놓자 이른바 어깃장을 놓는 심보로 인하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될 뿐이다. 
 
근로자위원들의 1만원도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최근 직·간접적으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을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안팎에서 속도조절론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무려 19.8%를 올린 1만원을 내세웠다. 10.9% 오른 올해 최저임금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보다 두 배 가까이 올리자는 논리가 먹혀들리 만무하다.
 
양측간 차이가 무려 24%포인트에 이른다. 협상을 하는 이들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최저임금위가 출범한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년 동안 법정시한을 지킨 경우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와 2014년의 총 8번 뿐이다. 지난해에도 법정 심의기한을 넘긴 7월14일에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올해도 6월 27일 법정 심의기한을 넘겼다.

물론 양측이 근본적인 목표치 제시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위로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그럴만큼의 여유가 없다. 수출 부진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강제징용 법원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로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고 나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비록 미·중 무역분쟁도 천신만고 끝에 소강상태에 돌입했지만 완전히 꺼진 불씨는 아니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도 이런 대내외 상황을 고려한 결과다.
 
이런 와중에 최저임금을 놓고 벌이는 양측의 기싸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협상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이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한 상술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은 법적·제도적 절차를 밟기 위해 새해가 오기 전 5~6개월 전에 결정하는 측면이 있지만, 각 경제주체들이 내년도 적용분을 미리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경제적 전략을 꾸리도록 하는 시간을 제공해 주는 측면도 있다. 기업의 경우 내년도 사업 계획과 경영 전략을 꾸리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인건비 부담을 포함한 비용을 추산할 수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최저임금은 가급적 정해진 법정 심의기한 내에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번 최저임금위는 9일 열린다. 부디 다음번 회의에서는 양측이 현실적인 안을 갖고 협상 테이블이 마주 않고, 나아가 하루 빨리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 
 
권대경 정책부장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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