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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비대면 시대 상상하기
2020-06-12 06:00:00 2020-06-15 11:23:22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상이 말 그대로 지각변동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누군가에겐 기회가 된다. 틈새를 파고들어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요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기술이다. 사람 얼굴을 마주하기가 두려운 요즘, IT기술을 발판 삼아 비대면, 언택트(untact)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세상은 또 다시 그렇게 위기를 딛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간다.
 
비대면 산업의 징후는 사실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한국사회에서도 이제는 익숙해진 무인택배함, 키오스크, 배달앱이 대표적 예다. 이 같은 신산업이 태동한지 오래지 않아 예기치 않게 맞이하게 된 코로나 시대는 '사람을 통하지 않으면 왠지 믿음직스럽지가 않다'는 오래된 신념마저 바꾸며 비대면 산업에 가속 기어를 넣고 있다. 문자 그대로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접촉을 없애는 쪽으로 모든 것이 변해가는 중이다. 거스를 수 없는 디지털 대전환이 목전에서 이뤄지고 있다.
 
세상이 너무 차갑게 돌아가게 됐다고 한숨을 내뱉는 '꼰대'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비대면, 언택트 문화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직장 상사의 간섭 없이 재택근무하며 일만 확실히 해내면 되는 세상, 불필요한 피로감을 주는 감정 노동이 자연스레 사라지는 세상의 도래는 환영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비대면 문화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질병은 언젠가 종식되겠지만 한번 세상이 바뀌면 돌이키기가 힘든 법이다. 시시각각 울리는 메신저 알림 소리가 제아무리 싫어도, 휴대폰 없이는 살기 힘든 세상이 돼버렸듯이 말이다. 결국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가야 하는, 일종의 주어진 환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비대면 산업 발전의 어두운 면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다. 디지털 대 전환기를 맞아 AI로봇을 통해 결국 많은 사람들이 대체될 것이고, 일자리가 줄게 될 것이다. 비대면 산업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일자리의 주변으로 밀리는 사람이 언젠가는 내가 될 수도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비대면 사회는 노동에서 소외되는 사람, 소득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사회다. 여야 할 것 없이 기본소득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세상의 변화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남는 시간, 남는 인력을 품어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계속될 비대면 문화 확산 속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반복적인 단순 노동이 앞으로는 기계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면, 이제 인류는 남는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일에 투입할 궁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가령 사람을 돌보는 일, 예술을 창작하는 일 등 그간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가치가 덜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앞으로는 떠오르는 신사업 분야로 거듭날 수도 있겠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사람들이 나섰을 때 제 가치를 발현하는 일들을 계속 발굴하고 모색해 산업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무엇이 됐건, 미래는 결국 우리가 상상하는 바를 토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시대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을 넘어 기발한 산업적 상상력을 덧붙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비대면 사회, 지속가능한 비대면 사회를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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