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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공백 현실화…'밥그릇 챙기기' 비판 불가피
전국 의원급 병원 20% 이상 참여…환자 건강 담보 이의제기 거부감 여론
2020-08-13 17:20:55 2020-08-13 17:24:53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예고했던 집단휴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의협은 강경한 입장 속 2, 3차 파업 가능성까지 열어 둔 상태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환자를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집단휴업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와 비대면 진료 육성  등 정부 추진 의료 정책 반대 입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은데 따른 조치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병원은 전국 7039개(12일 복지부 집계 기준)로, 전국 의원급 병원 3만3031개의 21.3%에 해당한다.
 
그동안 의협의 입장은 줄곧 강경했다. 지난 11일에도 26개 전문학회와 의료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주요 의료정책의 즉각적인 철폐를 촉구하는 한편, 의협을 중심으로 일심단결하는 등 의료계 투쟁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2, 3차 파업도 진행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협의체는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강화하고 고착화시켜 의료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덕분에 캠페인의 주역이었던 의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의료계의 목소리에 반하는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책추진이며,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이 급선무임에도 이를 외면했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가 추진 중인 4개 정책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해당 정책 철회를 요구해 왔다. 정부가 OECD 평균 16만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활동 의사(10만명) 충원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높은 의사 증가율과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의협의 이번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여론은 곱지 않다. 비록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업무에 참여하는 인력은 파업에서 제외하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이권을 위한 정부와의 다툼에 환자를 볼모 삼았다는 점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속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의 건강을 담보로 이의 제기를 선택한 데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파업 예고일 이틀을 앞둔 지난 12일에는 보건복지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보건의료 현안을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점도 불통 이미지를 부추겼다. 정부가 이미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을 기정사실로 정하고 협의하자고 한 만큼 의미없는 협의체라는 입장이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환자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최소한 대화는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높다.
 
한편, 정부는 집단휴업에 대비해 병원협회 등에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휴진당일 진료 연장과 주말 진료, 시도 24시간 비상진료상황실을 마련해 긴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해당 지역의 보건소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의료법 상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해당 행정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등의 처벌이 내려진다.
 
집단휴진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반대 등을 촉구하는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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