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삼성의 상속을 지켜보는 마음
입력 : 2020-10-29 11:50:42 수정 : 2020-11-10 16:59:16
삼성의 상속 문제에 온 국민이 불안하다. 코로나 사태에도 경제가 이만큼 버티는 데는 삼성의 반도체 공이 크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그 삼성이 흔들리면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에 매달린 동학개미도 많다보니 초유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들 주식투자가 코로나 상황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이 삼성전자였다. 출렁이는 증시에도 삼성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주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학개미 바람에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시작하기에도 삼성은 리스크가 덜하다.
 
직장인들이 힘들게 모은 월급, 쌈짓돈이 삼성전자 계좌에 들어가 있다. 빚까지 내서 투자한 사람도 많다. 직장인들이 생계 때문에 삼성의 명운을 걱정하게 됐다. 다른 어느 때보다 삼성 편도 많아진 셈이다. 촛불혁명, 재벌개혁, 적폐청산 등 정권이 바뀔 당시 삼성이 뭇매를 맞았던 상황과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재개되는 소식에 두둔하는 댓글도 여럿 보인다. 삼성을 제발 내버려두라는 얘기다. 그 댓글에는 정치인들에 대한 염증도 섞여 있다. 재벌 폐해를 운운하지만 정작 정치인 비리도 못지않다는 짜증이다. 최근에도 사모펀드 의혹으로 정치권이 온통 말썽이니 그럴 만도 하다. 삼성은 수출해 외화도 벌고 세금도 수조원을 내는데 자리싸움만 하며 세금만 축내는 정치인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렇다고 삼성 상속에 특혜나 편의를 봐줄 순 없다. 삼성의 상속 문제는 지금은 여차저차 막더라도 언젠가는 막지 못할 문제다. 미국과 일본 등 재벌이 있었던 여러 선진국들이 거쳤던 역사다. 이들 역사에서 재벌은 회사가 커진 만큼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됐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다음세대에 물려줄 의향이 없다고 했으니, 삼성이 바뀔 것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을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지금 전문경영인체제 KT, 포스코를 보면 아무래도 성장속도가 재벌에 비해 뒤처진다. KT는 현재 그룹 자산총액이 20년 전과 비슷하고 포스코도 최근 10년간 성장이 멈춰 있다. 이에 비해 삼성이나 SK를 보면 참 잘 컸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 삼성이 전문경영인체제가 된다면 지금처럼 동학개미는 의지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일견 기우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가 총수일가만의 작품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반도체 사업을 일으킨 결정적 판단은 이건희 회장이 했지만 실행은 모두 임직원들의 몫이었다. 업적은 구성원 모두의 합작품이다. 삼성 임원 연봉이 많으면 수백억원 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벌 후계가 선대만큼 경영능력이 좋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억지로 상속세를 해결하려다 보면 세습 비리, 지배구조 문제가 생긴다. 그것이 또 불법적으로 비화돼 기업에 오너리스크를 안기게 된다. 그러니 순리에 맡겨야 한다. 삼성이 불안해도 선진국은 이미 거친 과정이다. 우리도 선진국이 되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체제 전환 과도기가 오면 삼성을 지키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것이다. 반도체에 한이 많은 중국이 언제든 삼성을 노리고 있다. 어디 삼성을 탐하는 것이 중국뿐이랴. 
 
이재영 온라인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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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1부 재계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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