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이 높인 환율의 역설…“증시 쏠림 해소가 답”
17년 만 1540원 돌파한 환율…명암 엇갈리는 수출과 내수
"삼전·하닉 비중 25% 룰 걸렸다"
미 RIC 규제발 리밸런싱이 초래한 자본 유출
2026-06-05 11:02:23 2026-06-05 12:01:0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외국인 자본 이탈이 사상 최고 수준의 원·달러 환율 폭등을 초래했다는 분석 가운데, 그 원인이 역설적이게도 국내 반도체 대장주의 급등에 따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단일 종목의 가치가 급등하자 비중 조절이 불가피해진 해외 기관들이 주식을 매도했고, 이 대금이 달러로 환전돼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결국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코스닥 등 대안 시장을 활성화하는 증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1534원을 기록 중입니다. 전날 야간거래에서는 1540원도 넘었습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의 실적 상승으로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 폭을 키웠지만, 원가 상승과 물가 부담, 내수 부진을 심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환율의 중단기적 고공행진이 중동 전쟁 등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대한 구두개입을 넘어 실제 인상 조치에 나설 경우 다소 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외 변수에 의존한 임시방편일 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를 근본적으로 진정시키기 위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합니다.
 
분석가들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대형주에서 발생하는 미국계 자금의 기계적 리밸런싱에 주목합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 세법에서 법인세를 감면 받을 수 있는 적격투자회사(RIC) 지위를 유지하려면 단일 종목 비중이 25% 미만이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등의 시가총액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미국계 펀드들은 세법상 규제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전 연구원은 이러한 리밸런싱 과정이 일단락된 이후,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토대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돼야 환율도 안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외국인이 대형주를 판 자금이 국내 다른 종목이나 코스닥 시장으로 순환되지 않고 곧바로 국외로 유출된다는 점입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대형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국내에 머무는 '머니무브'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코스닥이 변동성만 큰 투기 시장이란 오명을 벗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로 거듭나야 외환시장의 자본 유출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증시 패러다임 전환과 구조 개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스닥이 코스피로 가기 위한 승격 개념이 아니라 미국처럼 분야별로 가야 한다"며 "유망하게 성장하는 첨단 기업들이 남아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량 기술기업들이 코스닥에 잔류해 시장의 중심을 잡아줘야 연기금이나 전문 펀드 등의 장기 투자 자금을 유입시키고 증시 체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형주 중심의 천수답 증시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은 단순한 주가 부양을 넘어 거시경제의 보루인 환율을 안정시키는 본질적인 대책으로 부각됩니다. 지배구조 개선과 코스닥 정상화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입법·정책적 노력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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