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부터 AI 결제까지…"원화 스테이블코인 속도 내야"
4일 '비트코인 서울 2026'서 RWA·결제 인프라 논의
법적 성격·외환 규제는 과제
2026-06-04 15:31:40 2026-06-04 17:05:41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소 안에서 쓰이는 정산 수단을 넘어 해외 송금, 기업 간 정산, 실물연계자산(RWA),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 등 실사용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정산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활용처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6' 에메랄드홀 세션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RWA, AI 에이전트 결제 등 디지털자산의 실사용 인프라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의 관심이 단순 가격과 투자 수익률을 넘어 결제·정산·자본시장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동안 국내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주로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집중돼 왔는데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발행을 넘어 유통과 활용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국경 간 송금 비용을 낮추고, 토큰화된 자산 거래를 실시간으로 정산하며, AI 에이전트가 서비스 이용료를 자동 결제하는 기반 통화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4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6'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강연을 맡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배경으로 기존 금융망 대비 높은 효율성을 꼽았습니다. 은행망은 영업시간과 정산 절차의 제약을 받지만,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작동하고 비용 부담도 낮다는 설명입니다. 신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블록체인망을 활용함으로써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는 기업의 자금 이전을 굉장히 쉽고 빠르고 싸게 이뤄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RWA와 토큰증권(STO) 시장에서도 핵심 결제 수단으로 거론됩니다. 토큰화된 자산은 단순 매매뿐 아니라 배당, 이자, 환매 등 여러 자금 흐름이 발생는데요. 이때 은행망을 통해 입출금을 반복하는 것보다, 같은 블록체인망 안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와 정산을 처리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 토큰화된 자산 거래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으로 투자하면 같은 블록체인망 안에서 모든 행위가 실시간으로 연계된다"고 설명했습니다.
 
AI 에이전트 결제도 새 활용처로 떠올랐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 접근 비용이나 서비스 이용료를 자동으로 결제하는 구조가 확산되면,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서비스의 핵심 결제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사업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용일 아발란체 아시아 사업총괄은 NHN KCP가 최근 자체 결제 블록체인 메인넷을 구축하고, 페이코 앱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김 총괄은 "QR부터 스테이블코인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합쳐서 2초가 넘지 않는 결제를 구현했다"며 "지난 2주 동안 실제 구로 본사 인근 카페에서 파일럿을 운영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활용처가 늘어나는 반면, 국내 제도 논의는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발행 주체, 준비금 관리, 이용자 보호, 자금세탁방지(AML) 기준 등이 정리돼야 하는데요.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힙니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상환청구권이 부여될 경우 자본시장법상 채무증권과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이 증권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법적 구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선불전자지급수단과의 관계, 외국환거래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하려면 국제 거래가 활발해야 하지만, 이 경우 외국환거래법과의 긴장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순간"이라며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그 결제·정산·유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공격이자 방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요국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활용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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