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제약 재단 현주소)⑤지배구조 모범 사례 유한양행…핵심은 유한재단 정체성 고수
'소유·경영 분리' 유한재단, 유한양행 지분 15.82% '최대주주'
재단 이사 총 12명…조욱제 대표·이정희 전 대표 이름 올라
2022년부터 공익목적사업비 비중 90%대 최근 3년간 증가세
2025-07-22 15:47:06 2025-07-22 17:31:32
 
기업들이 보유한 공익재단은 사회공헌 사업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조직이면서 동시에 지주사 지분율을 보유하며 사실상 그룹의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의 마지노선으로 공익재단이 존재감을 드러내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공익재단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재산 출연으로 설립됐더라도 오너 일가나 기업 집단의 사익이 아닌 공익적 목적으로 활동해야 하고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본지 기획 시리즈에서는 유한양행 '유한재단', 녹십자그룹 '목암생명과학연구소', '미래나눔재단', '목암과학재단', 대웅 '대웅재단' '석천나눔재단', 종근당 '고촌재단', 한미그룹 '임성기재단' '가현문화재단' 등 5대 제약사가 소유한 공익재단이 그룹의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특히 의결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공익재단을 지렛대로 삼아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승계하거나 지배력을 유지 강화하는 데 이용한다는 지적이 타당성을 갖는지도 검증했습니다. (편집자주) 
 
유한양행 본사. (사진=유한양행)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유한양행(000100)은 일찍이 철저한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실천하면서 모범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정착시켰습니다. 국내 제약기업 대부분이 창업주 일가가 기업 소유와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너 경영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한양행은 선진화된 지배구조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한양행 최대주주이자 공익법인인 유한재단은 창업 이념인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유지하는 수단이자 지배구조 핵심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설립자인 고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출연해 세운 공익법인입니다. 유한재단은 주식 배당금을 기반으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 및 교육사업 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죠. 
 
유한양행은 창업주 일가라는 이유로 지분을 증여, 상속받아 경영권을 승계하는 일반적인 기업 지배구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최대주주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한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유한양행 지분율은 15.82%입니다. 유한양행은 1969년부터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에 맡기고, 최대주주인 유한재단 이사장은 외부에서 영입해왔습니다. 유한양행 지배구조 투명성은 정점에 있는 유한재단 이사회가 독립성을 가지고 의결권을 행사하고 재단이 본연의 공익사업을 설립 목적에 맞게 영위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죠. 
 
지난달 유한재단 신임 이사장에는 원희목 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선임됐습니다. 현재 유한재단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됐으며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도 현재 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해 재단 사업비용 77억원 전액 공익사업 사용
 
유한재단 이사회는 6년간 유한양행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이정희 의장과 조욱제 대표를 재단 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유한양행 전현직 대표인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과 이정희 의장이 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점에 대해 기업과 공익법인 간 분리되지 않아 재단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회사 측은 "재단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지난해 유한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한재단은 장학과 교육, 사회복지 등을 공익목적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지난해 공익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77억8002만원이었습니다. 이는 전년도 76억7785만원보다 1.3%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이점은 다른 해와 달리 지난해 유한양행은 전제 사업비용 100%를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3년간 유한재단은 공익목적사업 비용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특히 2022년도 공익목적사업비용은 전년도 38억5869만원에서 68억9218만원으로 78.6% 늘었습니다. 유한재단 전체 사업비용 중 공익목적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부터 90%대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까지는 30%대에 불과했고, 기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한재단의 공익목적사업은 장학금 지원과 교육, 사업복지, 사회봉사자 시상, 재해 구호 사업 등 총 5개 분야로 나뉘는데 이 중 장학금 지원사업 투자 비중이 56.4%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밸류업 공시, 2027년까지 자사주 1% 소각
 
내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유한양행은 정관 변경을 통한 회장·부회장 직급 부활 이후 기업 지배구조 변화와 공익재단 역할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자사주 소각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유한양행은 자사주를 7.84%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유한양행이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밸류업 계획을 살펴보면 2027년까지 보유 또는 매입한 자사주를 1% 소각한다는 방침입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2024년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사주 1%를 소각하기로 공시했으며, 지난 5월 252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했고, 추가 소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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