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연임 재검토…이사회 공개경쟁으로 승부수
연임 우선심사→복수후보 대결→공개경쟁방식
시간상 절차 변경 더는 안 돼…이사회 공개경쟁으로 쐐기
2023-02-09 17:40:38 2023-02-09 17:40:38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마지막 문턱인 주주총회만 앞두고 있던 구현모 KT(030200) 현 대표의 연임 여부가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됩니다. 소유분산기업으로 대표되는 KT에 대해 국민연금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재차 강조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투명한 거버넌스를 언급하자 KT 이사회가 공개 경쟁으로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로 했습니다. 논란을 종지부 찍겠다는 이사회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주주총회 전까지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시기상 막바지에 이른 만큼 이사회가 외풍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도 내고 있습니다. 
 
연임 우선심사→복수후보 대결→공개경쟁방식 
 
KT의 차기 대표이사 찾기는 지난해 11월8일부터 본격 시작됐습니다. 이날은 사상 최대 실적 발표 후 구현모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날입니다. 이후 12월13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연임적격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구현모 대표가 복수 후보심사 방식을 요청하면서 2라운드가 진행됐습니다. 구현모 대표를 포함한 사내 후보자 13명과 사외인사 14명에 대해 차기 대표이사로서의 적격 여부 검토와 7차례 심사를 거쳐 KT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같은달 28일 최종 확정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남겨놓은 상황으로, 연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KT 이사회가 심사 대상 27명 중 14명에 해당하는 사외후보군의 모집 절차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경선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된 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직 대표를 최종 후보로 확정해 발표한 것은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선임에 반대표를 보내겠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소유분산기업을 겨냥해 "투명한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정부의 일관된 목소리는 신한금융지주, NH농협금융,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권의 회장들이 물러나는 것에서도 확인됩니다. 이들은 KT와 함께 묶이는 대표적 소유분산기업입니다. 때문에 일부 KT 관계자들은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간상 절차 변경 더는 안 돼…이사회 공개경쟁으로 쐐기  
 
차기 최고경영자 선임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자 KT 이사회는 공개 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10일부터 공개 모집을 시작해 후보자를 다음달 7일께에는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인선자문단도 꾸릴 예정입니다. 후보심사 과정에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인 윤경림 사내이사도 배제됩니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 변경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구현모 대표의 임기가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전까지입니다. 주주총회 안건에 차기 대표이사 선임 건을 올려야 하는 만큼 더이상 절차 변경은 힘든 까닭입니다. KT 이사회도 주주총회 소집공고 전까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정부의 외풍에 대해 마지막 승부수를 둔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각종 논란을 불식시키고, 정부가 요구하는 투명한 지배구조에 나서는 만큼 차기 경영자 인선을 KT 이사회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란 얘기입니다. KT 이사회가 사외 지원자 및 사내 후보자 명단, 인선자문단 구성, 위원회·이사회 회의 결과 등을 포함해 대표이사 후보 심사 절차와 단계별 심사결과 등은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한편 이번 공개 경쟁에는 구현모 대표도 참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사회가 공개 경쟁으로 바꿨다고 해도 정부가 구 대표와 계속 각을 세울 경우 경선에 남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공개 경쟁 통과 후 연임에 성공해도 가시밭길이 될 수 있습니다. 남중수 전 KT 사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검찰의 수사가 지속되자 전격 사퇴한 바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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