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합의 없다"…관세 협상 '배수진'
대통령실 "실현·지속 가능한 합의 중요"
통화스와프 '안전장치'…우회로 '핵심'
2025-09-17 17:01:55 2025-09-17 17:19:3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미가 지난 7월 관세 협상을 통해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합의했지만, 구체적 운영 방식에 이견이 표출되면서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자동차 관세 인하를 문서화하고 미국식 요구를 조기에 수용한 '일본식 합의'를 따라갈 수는 없다며 관세 협상에 '배수진'을 쳤습니다. 외환 보유 규모 등의 차이에 따라 일본과 상황이 다른 만큼 '국익'을 위한 한국식 협상에 나서겠다며 고위급 외교전에 돌입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익' 골자 방어 전략…미 압박 '고조'
 
17일 대통령실 및 정부 당국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한·미 관세 협상 대응 기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합리적 범위' 내의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의 합의냐다"라며 "실현 가능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 하고, 우리 국익을 적절히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미 큰 틀에서의 협상은 이미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의 국익과 역량에 맞고, 지속 가능한 합의를 이루려 협의 중인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남들은 사인하는데, 왜 너는 못하느냐고 하는데, 우리가 뭘 얻으러 간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에 대해 우리가 최대한 방어를 하러 간 것"이라며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지난 7월30일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골자로 하는 협상안을 타결한 바 있습니다.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는 1500억달러의 조선업 '전용'과 2000억달러의 반도체 등 전략산업 투자로 구성되는데요. 
 
투자펀드 운용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가 명확합니다. 한국은 직접 투자를 전체의 5% 수준으로 하되, 나머지 대부분은 투자 프로젝트를 간접 지원하는 보증으로 채우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반면 미국은 한국이 보다 높은 비율로 미국이 지정하는 분야에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투자 대상 선정에 있어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일본은 서명을 마쳤다. 대통령과 악수하는 일과, 실제 펜으로 문서에 서명하는 일은 다르다"며 "한국은 합의를 받아들이든, 관세를 내든 둘 중 하나다. 흑백은 분명하다"고 압박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 고위급 협상단은 미국 측과 협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 D.C.에서 카운터파트너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했습니다. 지난 11~14일 방미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에 이어 연달아 고위급 협상을 이어간 겁니다. 다만 여전히 협정의 세부 이행 사항에는 상반된 입장이 조율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일본식 해법 '고위험'…통화스와프+비관세 해법 모색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친 상호관세에 있어 미·일 협상은 한·미 협상의 참고서가 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만나 관세 협상과 관련한 조언을 얻었습니다. 
 
다만 협정의 세부 사항 조율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대응은 온도 차가 분명합니다. 15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자동차는 15%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27.5%를 부과했던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겁니다. 
 
이는 양국의 무역 합의 양해각서(MOU) 서명, 즉 문서화에 따른 조치인데요. 이로 인해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 5500억달러를 투자해야 하고 그 금액을 핵심 전략산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자금으로 투자를 하지만 투자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하고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투자를 권고하고 감독하는 투자위원회를 맡습니다. 여기에 일본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나면 나머지 수익은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가져가게 됩니다. 사실상의 불평등 조약인 셈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상황이 다릅니다. 우선 일본은 외환 보유액이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4100억달러에 불과합니다. 대미 투자액 부담에 따라서 동반되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성 차이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대규모 외화 유출에 대비하는 한·미 간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안전장치'로 제안했습니다. 이는 외환 보유 위기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협상 카드입니다. 
 
또 일본식 협상이 아닌 비관세 장벽에서 활로를 찾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 본부장은 15일 워싱턴 D.C.에 도착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여 본부장이 이번 방미 기간 대미 투자의 실무 협의를 주도하는 러트닉 상무장관 대신 무역 장벽을 담당하고 있는 그리어 대표를 만난 건 우회로를 찾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투자펀드 협상의 돌파구 대신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의 비관세 장벽 영역에서 해법을 찾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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