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미 관세 협상 '담판'의 날이 도래했습니다. 지난 7월 말 잠정 합의 이후 3개월에 걸친 협상 결과가 마침표를 찍게 될지, 재차 '기싸움'에 들어가게 될지 '기로'에 선 건데요. 현재로서는 양국 모두 희망적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의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영향인데요. 자칫 동맹 현대화와 원자력협정 개정 등의 '안보 협상'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출발하는 '외교 슈퍼위크'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배수진' 대 '압박'…여전한 '불확실성'
28일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8월 이후 두 달여 만에 마주하게 되는 겁니다.
두 정상은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단의 '잠정 합의'에도 8월 정상회담에서 문서화된 최종 협상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후 양국은 쟁점을 줄여 나가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도 마지막 쟁점에 대한 이견은 좁히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양국에서 발표되는 입장은 APEC 계기 정상회담 내 타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투자 방식, 규모, 일정, 그리고 손실 분담과 이익 배분 방식 등 모든 것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며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내 인터뷰에서 "난항은 없다"고 밝혔지만 실무 차원의 판단은 결이 다릅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조율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다"며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 측이 관세 협상의 마무리 단계를 언급하고 있지만, 협상 타결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큽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있어 '배수진'을 친 영향입니다. APEC 계기로 협상을 타결하는 당초 목표에 연연하지 않고, 타결 시점보다 협상 내용에 중점을 두겠다는 겁니다. 특히 대통령실은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에 상당수 현금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식 합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관세 협상의 쟁점은 대미 투자의 방식과 규모, 프로젝트 선정권 등입니다. 미국은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20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3500억달러 '선불'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우리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큰 금액입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연 최대치가 150억달러"라며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최대 투자 금액이라는 설명입니다.
투자 펀드 조성의 현금 투자 비중도 쟁점인데, 미국은 50~60% 수준을 요구합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30% 수준으로 배수진을 쳤습니다. 게다가 투자처 최종 선정권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최종 결정자'로 선정했지만, 우리 정부는 '합리성'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안보 협상에 있어서는 진전을 보인 상태입니다. 한·미 동맹 현대화와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에 있어서는 문서화 작업까지 상당 부분 완료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안보 협상을 지렛대 삼아 관세 협상과 연결 지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한·미 정상이 협상장에 입장하기까지의 최종 조율은 이뤄지는 모양새인데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회의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견 해소와 관련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톱다운' 담판을 통해 타결할지 주목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슈퍼위크' 중심에…실용외교 시험대
이 대통령은 APEC 의장국으로서 국제 무대에 서는 '정상외교 슈퍼위크'의 중심에도 서 있습니다.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되는 외교 일정이 모두 '빅 이벤트'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고, 다음 달 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합니다. 여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중 정상회담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북·미 대화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 APEC 정상회의라는 다자회의 특성상 각국 정상과의 대면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 중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사 문제와 경제 협력이라는 '투 트랙' 노선의 현실화를, 한·중 정상회담은 미·중 양자택일의 압박에서 관계 개선이라는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끝으로 APEC 정상회의의 성과가 될 '경주 선언'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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