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AI가 흔든 금산분리)③LG그룹, ABC 신사업 자금길 열리나
화학·전자 등 본업 실적 악화 지속
AI·바이오·클린테크로 신사업 정조준
5년 100조 투자…자금 조달 시험대
2026-01-22 06:00:00 2026-01-2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0일 16:2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적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차단해 온 금산분리 제도는 40년 넘게 유지돼 온 핵심 규제다. 다만 대규모·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현행 제도가 투자 구조의 유연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IB토마토>는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실제 기업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련 기업들의 재무 구조와 투자 전략을 중심으로 점검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본격적인 금산분리 완화 발표를 앞두고 LG그룹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때 그룹 성장을 견인하던 화학, 전자 그리고 배터리 사업이 실적 악화 늪에 빠진 가운데 LG는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를 축으로 한 ABC 신사업과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투자 속도를 뒷받침할 자금 구조에 부담을 안고 있었으나, 최근 정부 부처에서 막바지 논의 중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LG의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사진=LG)
 
배터리 이후 ABC 신사업 가속…자금 조달 방안은
 
20일 재계에 따르면 가전사업 둔화와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배터리 사업까지 흔들리고 있는 LG그룹이 ABC 신사업과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새로운 투자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연간 20조원을 웃도는 투자 자금이 투입될 예정인 가운데 금산분리 완화 논의와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기존 조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자금 통로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LG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 10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협력사 등에 60조원을 투입해 기술 고도화와 생산능력 확충에 자금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ABC 산업으로 분류한 미래 포트폴리오에 배분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ABC 분야는 연구개발과 생산기지 구축이 선행되는 구조여서 초기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과거처럼 특정 주력 계열사의 현금창출력으로 그룹 전체 투자 여력을 뒷받침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주사 차원의 자본 배분 전략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완화 논의는 AI 중심 첨단전략산업에 한해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외부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경우 지분 보유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한다. 제도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LG그룹은 손자회사 단계에서 외부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면서 투자 재원 조달 구조도 한층 유연해질 것으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룹 지배구조상 지주사인 LG(003550)LG에너지솔루션(373220)LG이노텍(011070), LG디스플레이(034220) 등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재는 손자회사 단계에서 지분 구조 제약으로 외부 자본 유치에 한계가 있었으나 규제가 완화될 경우 그룹 보유 현금을 종잣돈으로 외부 자본과의 합작법인(JV)이나 SPC를 설립하면서 외부 차입을 통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미와 유럽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선택 폭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인 만큼 이번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배터리 생산 법인 설립이나 신규 설비 투자를 위한 SPC 구성 과정에서 지분 부담이 일부 완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제기돼 온 LG그룹의 투자 집행 속도 둔화 우려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LG그룹이 ABC 신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배터리 실적 둔화로 내부 자금 조달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금산분리 완화와 국민성장펀드 등 외부 자금원 확보 여부가 투자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기대감 솔솔…LG엔솔·LG이노텍, 대규모 빅딜 가능할까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LG그룹 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이 첨단전략산업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 계열사로 거론된다. 두 회사 모두 지주사 LG의 손자회사로 현행 규제상 지주사의 직접 출자가 제한돼 있다. 첨단전략산업에 한해 예외가 허용될 경우 지주사의 직접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과 투자 여력 확대가 가능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이 79.38%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LG화학은 지주사 LG의 자회사다. LG이노텍 역시 지주사 체제 아래 LG전자가 40.79%를 보유하고 있는  손자회사 구조에 놓여 있다.
 
다만 실적 흐름은 녹록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3분기동안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갑작스러운 글로벌 환경 변화에 지난 4분기에는 122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4분기 영업 손실은 454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7.4%를 기록했다.
 
LG이노텍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7조6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2.3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스마트폰 모듈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으나 올해는 인공지능(AI)과 전장 등 고수익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방안까지 검토되면서 중장기 성장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관세 분쟁과 원가 상승 영향으로 IT 세트 수요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단기 실적 개선보다는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한 국면으로 유망한 반도체 분야 가운데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사업의 확장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현재 북미 반도체 고객사 FC-BGA 제품군은 저수익성 수주에 해당하지만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내다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으로 다양한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기업 환경이 조성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그룹 차원의 재원 조달 능력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SPC를 통한 외부 자금 활용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 만큼 기업 내부의 자정 능력과 재무 관리 역량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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