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력난에 국민 80% "수출 경쟁력 악영향"…86% "공기업 인력 늘려야"
원전 인력 기반 약화 우려…전공·현장·숙련인력 동시 과제
엔지니어 위험수당 도입 공감대…처우 개선 요구 확산
정책 지속성·전문성 요구 커져…탈원전 인사 임명엔 부정 여론
2026-06-29 14:10:42 2026-06-29 15:14:54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원전 수출 확대와 차세대 원전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원전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설비뿐 아니라 전문 인력 확보에 달려 있다는 국민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자력공학 전공자 감소가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은 80%에 달했고, 원전 공기업 현장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6%를 넘었습니다. 원전 인력난을 단순한 채용 문제가 아니라 수출 산업 기반과 에너지 안보, 정책금융 지원이 맞물린 구조적 과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9일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실시한 '원전 인력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전 전공자 감소가 향후 우리나라 원전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80.0%로 집계됐습니다.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29.4%,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50.6%였습니다. 반면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15.7%에 그쳤습니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원자력공학 지원자가 줄고, 지난해 가을 학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 학부 지원자가 없었던 사례까지 알려지면서 원전 인력 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해외 원전 수주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전문 인력 확보가 원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과제로 부각된 셈입니다.
 
원전 공기업 인력 증원 86%…선제적 확대도 76%
 
원전 공기업의 일부 현장 발전소에서 근무 인력이 설계상 필요한 정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86.1%가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매우 필요하다'는 26.6%,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59.5%였습니다. 인력 증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8.2%에 불과했습니다. 안전한 운영과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인력 운영 효율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보다 크게 앞선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중립과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발전 확대를 추진하는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 원전 공기업 인력을 미리 확대하고 숙련 인력을 늘리는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 여론이 우세했습니다. 선제적 인력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5.8%였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15.6%였습니다.
 
원전 노동자의 순환배치 제도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8.8%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33.6%, '완화해야 한다'는 14.9%, '폐지해야 한다'는 2.9%였습니다. 유착 방지와 투명성 강화를 중시하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원자로 노형별 전문성 축적 문제를 고려해 현행 유지 또는 완화를 택한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별도 위험수당 찬성 77%…"정책 지속성 확보해야"
 
(그래픽=뉴스토마토)
 
원전 업무의 전문성과 책임, 위험 부담 등을 고려해 원전 엔지니어에게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76.9%로 나타났습니다. '적극 찬성'은 23.2%, 찬성은 53.6%였습니다. 반대는 14.6%였습니다.
 
원전 종사자 인력을 늘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는 '정치 변화와 무관한 원전산업 정책의 지속성 확보'가 32.8%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위험수당 제도 도입 등을 통한 원전 종사자 처우 개선' 28.7%, '원자력공사 설립을 통한 안정적인 원전산업 정책 추진' 23.3%, '국내외 민간기업 진출을 통한 원전시장 활성화' 9.4% 순이었습니다.
 
이는 원전 인력난 해소를 단순 채용 확대만으로 풀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정권 변화에 따라 원전 정책이 흔들릴 경우 전공 선택과 장기 근속, 민간투자 유인이 모두 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 인력 유입을 위해서는 채용 확대와 함께 처우 개선, 원전 산업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 등이 함께 담보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탈원전 인사 원전 공기업 임명엔 부정 여론
 
원전 관련 공기업 인사에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뚜렷했습니다. 과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활동,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운동 등 원전 관련 주요 현안에서 탈원전 측 입장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 전직 국회의원이 원전 관련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65.2%였습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22.3%였습니다.
 
과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탈원전 정책 집행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전임 한수원 사장이 모회사인 한전 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7.3%로 '적절하다' 27.1%보다 높았습니다.
 
K-정책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단순한 발전 설비나 수주 실적이 아니라 인력 생태계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원전 수출 확대와 차세대 원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전문 인력 양성과 처우 개선, 정책 일관성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전은 수십 년간 축적된 숙련과 안전 문화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라며 "정치 변화에 따라 정책 방향이 급변하면 청년층의 전공 선택과 기업의 장기투자, 공기업의 인력 운용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책금융도 원전 기자재 기업과 전문 인력 양성, 차세대 원전 기술개발을 연결하는 산업 기반 투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118명을 대상으로 모바일웹(CAM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포인트입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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