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보 투자·보증 기업서 배임·횡령 의혹…사후관리 적절성 논란
신보, 피닉슨컨트롤스 우선주 10.5% 보유…장기 보증 관계도 확인
4개 외부업체 거래 의혹에 당기순익 대비 118배 배당 논란
법조계 "우선주라도 장부열람 가능…사후관리 책임 남아"
2026-06-29 14:10:50 2026-06-29 15:54:42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신용보증기금이 직접투자와 대출보증을 제공한 기업에서 대표이사의 배임·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후관리 책임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일반적인 중소벤처기업 부실이 아니라 회사 자금 유출 의혹인 만큼, 투자자이자 보증기관인 신보가 주주권 행사와 채권 보전 조치에 나섰는지가 쟁점입니다.
 
신보 주주 기업서 15억 비자금 의혹…대표 배임·횡령 보완수사
 
(그래픽=뉴스토마토)
 
2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라기술 피닉슨컨트롤스 대표이사를 둘러싼 배임·횡령 의혹과 관련해 현재 화성동탄경찰서에서 보완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피닉슨컨트롤스는 신보로부터 직접투자와 대출보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사보고서상 신보는 2019년 말 기준 피닉슨컨트롤스 우선주 5000주, 지분율 9.5%를 보유한 주주였습니다. 이후 2020년 6월 의결권부 상환전환우선주 4735주가 상환되면서 신보 지분율은 10.5%로 높아졌고, 지난해 말까지 같은 지분율을 유지했습니다.
 
라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회사 운영자금과 거래 관계를 활용한 비자금 조성입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민테크, 유마시스템, 시에라솔루션, 제롬 등 4개 업체는 라 대표와 관련된 외부 업체로 지목됐고, 피닉슨컨트롤스와 반복적으로 거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에 정상 거래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거나, 유령 직원을 등록해 급여를 되돌려받는 방식이 활용됐다는 주장입니다.
 
A씨는 이들 업체와 피닉슨컨트롤스 사이의 거래를 통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약 15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회사 운영자금이 라 대표 개인 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금 형식으로 빠져나갔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경영난이나 사업 실패가 아니라, 회사 자금이 외부거래 구조를 거쳐 특정인에게 흘러갔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감사보고서상 확인되는 피닉슨컨트롤스의 신보 지급보증은 2019년 말 17억1000만원에서 2022년 말 32억2700만원까지 늘었고, 2025년 말에도 18억2700만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주주이자 보증기관인 신보가 대표이사의 자금 유출 의혹을 단순 제보나 민원으로만 볼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2025년 배당 내역도 논란입니다. 감사보고서 자본변동표와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에 따르면 피닉슨컨트롤스는 2025년 주식발행초과금 3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뒤 같은 금액을 중간배당했습니다. 2025년 당기순이익은 2533만원 수준에 그쳤지만 배당금은 3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약 118배에 달했습니다. 통상적인 영업이익에 따른 배당이라기보다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려 배당 재원을 마련한 구조인 만큼, 배당 결의 과정과 수령자, 실질 목적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보, 주주·보증기관 지위에도 점검 조치 불투명
 
문제는 신보가 주주권과 보증기관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지입니다. A씨는 신보에 주주권 행사와 회계장부 열람, 현장 실사, 보증 해지 검토, 채권 보전 조치 등을 요구했습니다. 신보가 피닉슨컨트롤스에 직접투자한 주주라면 회사의 재무 자료와 주요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보증기관으로서는 부실 징후가 나타났을 때 보증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도 주요 관리 자료는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신보는 피닉슨컨트롤스에 대한 기업 신용관리 실태 점검보고서, 현장 실사 기록, 기업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 등에 기업의 경영상 비밀이 포함돼 있고,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보는 제보 이후 피닉슨컨트롤스에 사실관계 확인 공문을 보내 사실관계 기술서와 배당 지급 내역 등을 회신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회계장부 열람, 현장 실사, 주주권 행사 등 직접적인 점검 조치 여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신보 관계자는 "우선주 투자 구조상 경영권에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고, 수사 결과 전 보증 상환이나 회수 조치도 어렵다"며 "현재 내부 검토 중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당에 대해서는 "주주총회 결의 등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고, 신보도 지분율에 따라 정상적으로 배당금을 수령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확정적 제재가 어렵더라도 회계자료 확인과 거래 내역 점검 등 예방적 사후관리는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남습니다.
 
법조계 "10.5% 주주인데 장부열람 안 했나"
 
법조계에서는 신보의 해명만으로 사후관리 책임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동구 법무법인 서울제일 파트너 변호사는 "우선주 주주라고 해서 주주권 행사를 전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신보가 발행주식 총수 기준 10.5%를 보유한 주주라면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 행사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수사 결과 전 보증 회수나 투자금 회수 같은 확정적 제재는 신중해야 하지만, 회수와 점검은 별개"라며 "장부 열람이나 현장 실사 등 예방적 점검까지 수사 결과 이후로 미룰 필요가 있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30억원 배당에 대해서도 "당기순이익이 2533만원 수준인데 배당금이 30억원이라면 순이익의 약 118배에 달하는 이례적 배당"이라며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책금융기관이 10.5% 주주로서 배당금을 수령했다면, 배당 재원과 목적을 실제로 점검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정책금융 전문가는 "정책금융기관은 자금 공급 이후에도 기업의 자금 흐름과 리스크 징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비위 의혹이 제기된 기업의 점검 절차가 불투명하다면 정책금융 사후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지는 라 대표와 피닉슨컨트롤스 측에 신보 투자·보증 이후 회사 자금 유출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 사옥 전경. (사진=신용보증기금)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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