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는 플러스, 공사는 마이너스…디커플링 심화
수주 35.9% 급증에도 기성 1.1% 뒷걸음
공사비지수 3년 만에 최고 상승률 기록
해외수주 67% 급감 중동 비중 15% 추락
2026-06-29 16:03:39 2026-06-29 16:14:17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올해 상반기 건설 수주가 외형상 30%대 반등에 성공했지만 실제 공사 실적인 건설기성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사비는 3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해외 건설 수주마저 중동발 충격으로 67% 급감하면서 건설업계가 안팎으로 고전하는 모양새입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4월 건설 수주는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9% 증가했습니다. 공공 수주가 6조1000억원으로 62.3% 늘었고, 민간 수주도 13조6000억원으로 26.6% 증가하면서 수치상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3중 병목'…수주만 하고 삽은 못떠
 
하지만 수주만 늘었을 뿐 정작 착공에 들어간 현장은 줄었습니다. 공사비는 상승하는데 PF대출이 깐깐해지면서 돈 줄은 막히고, 지방 미분양까지 누적되면서 건설업계 순환이 막힌 탓입니다. 
 
같은 달 건설기성은 1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습니다. 공공 부문과 토목이 하방을 일부 방어했지만 전체 기성의 약 80%를 차지하는 민간·건축 부문이 부진하면서 괴리가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실제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6.88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습니다. 지난 2023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인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6%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건설업 비용 부담 상승이 훨씬 높았습니다.
 
자금 조달 환경도 어려워졌습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대출 심사도 강화됐습니다. 미분양도 걸림돌입니다. 현재 전국 미분양은 약 6만5000가구 수준이며,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5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71.5로 여전히 70선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월 대비 6.3포인트 반등했지만 기준점(100)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상반기까지는 기성 회복이 제한적이고, 하반기에도 반등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에 대해 상반기 127조원(-1.1%), 하반기 139조원(+1.5%)으로 전망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가 자체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증가분 대부분이 공공 발주에 머무는 수준이라 사실상 민간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가운데 자재비 급등, 인력과 자금 부족, 미분양 증가 등이 착공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도 직격탄…중동 수주 90% 증발
 
해외 건설 수주도 올해 들어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올해 1~5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38억5561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 116억2248만달러와 비교하면 66.8%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5년 평균인 108억8000만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중동 전쟁입니다. 올해 5월까지 중동 수주는 5억6131만달러로 전년 동기 56억4174만달러 대비 90% 급감했습니다. 전체 해외 수주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도 48.5%에서 14.6%로 추락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주요 발주처의 신규 프로젝트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중단된 겁니다.
 
실제 수주 건수는 전년보다 20건 늘었지만 대형 프로젝트가 사라지면서, 건당 평균 수주액은 5080만달러에서 1550만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종별로 보면 산업설비 부진이 두드러집니다. 산업설비 수주액은 전년 72억2418만달러에서 11억4685만달러로 84.1% 급감했고,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2.2%에서 29.8%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업계는 하반기 중동 시장 재건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입니다. 현지에서 논의되는 재건 기금 규모만 한화 약 454조원에 달합니다. 정부는 국내 시공사들이 과거 원시공사를 수행한 이력을 통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중동 지역 인프라 사업 수주 지원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를 본격 가동했습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각 사마다 중동 재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중견 건설사들은 국내 반도체 시장 팽창을 모멘텀으로 삼을 전망입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 핵심 시설은 보안상 계열 건설사들이 짓지만, 부대 시설의 경우 중견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입찰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건설 계열사가 없는 반도체 협력업체들의 발주도 증가하고 있어 하반기 수주고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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