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정부가 삼성그룹·SK그룹과 함께 투자금 2000조원 이상 규모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29일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 폭증하는 반도체와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에 집중됐던 첨단산업 생산기지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권역별 기능을 재편하는 국가 산업 전략 및 투자계획을 본격화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호남은 반도체 생산, 충청은 첨단 패키징, 영남은 AI와 소부장 중심으로 거점으로 집중 육성될 계획입니다. 전 세계적인 AI 대전환기를 맞아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권역별로 재배치하는 ‘거대한 청사진’이 제시되면서, 한국경제는 다시 국가 경쟁력 재도약이라는 기로에 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용 “새 투자 앞당겨져…결국 속도전”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축으로 추진됩니다. 반도체는 수도권에 이어 서남권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하고 AI 데이터센터는 전국 단위 AI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피지컬 AI는 제조업과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조성하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전국민보고대회에서 “지금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며 “오늘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보고대회는 정부의 산업 전략 발표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각사의 권역별 투자 계획과 AI 전략을 직접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반도체의 경우 삼성과 SK가 서남권에 800조원을 투자해 4기의 팹을 건설하고 충청권엔 81조원을 들여 대규모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키징 팹을 건설하겠다는 로드맵이 제시됐습니다. SK·GS·네이버 등과의 민관 협력을 통해 약 550조원을 투자, 울산·동해·세종 등에 2029년까지 총 8.4GW(기가와트) 규모의 AIDC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됐습니다.
이 회장은 “투자 일정이 많이 빨라졌고 새로운 투자도 앞당겨졌다”며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결국 속도전”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광주를 (반도체 팹)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며 “HBM 팹은 천안·온양 등 충청권, 로봇은 경북 구미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회장은 또 “충청권에는 HBM 패키징, 구미는 피지컬 AI, 부산은 AI 패키지 기판, 경남·울산은 차세대 배터리, 인천 송도는 바이오를 중심으로 권역별 전략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최태원 “AI 소비 아닌 지능 수출국으로”
당초 삼성은 정부 자료와 이 회장 발표에서 총투자 금액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추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평택캠퍼스 및 용인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 등에 2030조원을, AI 반도체와 로봇 등 625조원을 포함해 총 265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K그룹은 반도체 1100조원, AI 데이터센터 1000조원 등 총 2100조원을 투자해 AI 인프라와 반도체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합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은 AI를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지능을 생산해 수출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AI 데이터센터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했습니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2035년까지 전국에 15 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순차적으로 구축 계획 등을 언급하며 “AIDC 프로젝트에 약 1000조,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에 약 1100조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며 “용인 D램과 청주 낸드 투자를 앞당기는 한편, 서남권에는 400조원을 투입해 새로운 메모리 생산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3S+1F 전략’으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입니다. 생산시설 구축을 앞당기는 ‘속도전(Speed)’, 수도권과 서남권을 잇는 생산 거점 구축을 위한 ‘거점전(Stronghold)’, HBM 등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선도전(Spearhead)’을 추진하고, 전력·용수·인력 등은 범정부 차원의 총력지원체계(Full-support)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광주·전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팹 2기씩 모두 4기의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총 투자 규모는 약 800조원으로, 수도권에 이은 제2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AIDC·피지컬AI…‘AI 국가 인프라’ 구축
충청권은 AI 시대 핵심으로 떠오른 HBM 패키징 중심지로 육성됩니다. 폭증하는 첨단 반도체 수요에 맞춰 후공정 생태계 확충이 시급한 만큼, 온양과 청주에는 HBM 팹이 건설되며 청주에는 HBM 패키징 생산능력이 확대됩니다. 부산·구미 등 기존 반도체 산업 기반을 활용하며, 동남·대경권에는 ‘소부장 혁신 거점’을 육성합니다. 기존 수도권 투자도 병행합니다.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 조성을 앞당겨 메모리 생산능력을 조기에 확대하고,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할 계획입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도 정부의 핵심 사업입니다. 정부는 SK와 GS, 네이버 등 민간기업과 함께 1단계로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2035년까지 15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국산 AI 반도체와 서버, 전력·냉각설비, 네트워크 산업을 함께 육성해 AI 반도체와 함께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합니다. 대규모 클러스터링, AI 개발도구 등 클라우드 기술력 확보를 지원해, AI 데이터센터를 수출 산업화하기 위한 핵심기술 경쟁력도 강화합니다.
정부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 이어 피지컬 AI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주요 제조기업과 함께 제조 현장에 AI와 로봇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AI 로봇 글로벌 3강·피지컬 AI 글로벌 1강’을 달성한다는 목표입니다. 새만금에는 AI 로봇 파운드리와 핵심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대경권에 소재한 자동차, 가전 부품기업들이 로봇 부품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실증을 지원합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하고 피지컬 AI 핵심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에도 나설 방침입니다. 업계에서는 AI 시대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산업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중심이던 첨단산업 지도가 전국 단위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