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시로 법 뒤집을 순 없다"…금융위, DLS 규제 '행정편의'에 제동
"상위법 위반" 잇단 패소…금융위 '무기'였던 고시 사실상 무력화
'입법 대신 고시' 택한 금융위, 장기 규제 공백 초래…입법 보완 시급
2026-07-06 14:47:56 2026-07-06 15:25:5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증권(DLS)의 공시 규제 우회를 막겠다며 임의로 제정한 하위 규정(고시)이 법원에서 잇따라 '상위법(자본시장법) 위반' 판결받았습니다. 법원이 하위 고시로 상위법을 뒤집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2013년 고시 신설 이후 당국이 쓰던 무기가 부러졌습니다. 상위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 금융위원회가 고시로 제재 대상을 확대한 '행정편의주의'가 규제 공백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금융위는 증권사들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피하고자 특정금전신탁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2-2조 제1항 제6호를 신설했습니다. 파생결합증권이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면 이를 예외적으로 증권의 '모집'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입니다.
 
자본시장법상 '주선인'과 '모집'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할 사안이었으나, 금융위는 복잡한 국회 입법 대신 자체 고시를 수정하는 간편법을 택했습니다. 허술한 고시는 사법부의 엄격한 법 해석 앞에 사실상 무력화됐습니다.
 
지난해 초 서울행정법원은 KB증권이 NH투자증권의 4000억원대 DLS를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분할 판매한 건에 대해 금융당국이 부과한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KB증권이 해당 금융상품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제재한 건입니다. 금융위는 KB증권의 역할이 청약의 권유라고 보고 제출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무가 없는 투자권유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금융위 고시로 파생결합증권의 특정금전신탁 판매도 청약권유라고 정했지만, 상위법에서 투자 권유로 정한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투자 권유(신탁계약)'와 '청약의 권유(증권 취득)'는 엄연히 구분됨을 강조하며, "규제 회피 방지 필요성이 있더라도 침익적 처분은 반드시 법령 개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고등법원 역시 같은 논리로 신한투자증권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는 증권 취득의 청약을 권유한 것이 아니라 신탁계약 체결을 권유한 것"이라며, 설령 신한투자증권이 주선인이라 하더라도 자본시장법 제429조상 과징금 부과 대상은 발행인이지 주선인이 아니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법원이 규제의 근거가 된 고시의 무효성을 반복적으로 확인했지만 고시는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금융위가 판결에 불복하고 상급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어, 최종 확정 판결까지 개정은 미뤄질 듯 보입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고시 효력이 사라지는 만큼 상위법을 고쳐야 합니다. 이 또한 국회나 국무회의를 거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장기간 규제 공백이 불가피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법원이 행정처분의 한계를 명확히 짚은 만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기보다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입법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석대로라면 국회를 거쳐 자본시장법상 투자 모집과 주선인의 범위를 명확히 넓혀야 했다”며 “법 개정은 절차가 복잡하고 국회를 설득해야 하니 당국이 하위 고시에 한 줄 끼워 넣는 방법을 택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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