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계부채 총량관리 유지"…하반기도 대출 보릿고개
2026-07-15 13:42:57 2026-07-15 14:35:48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도 가계대출의 1.5% 이내로 묶는 총량 관리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가계소득과 물가 상승에도 연초 설정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연말로 갈수록 실수요자의 대출이 막히는 이른바 '대출 보릿고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제지표 반영 없이 정책 목표 고정
 
금융위는 15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올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목표 1.5%를 유지하는 등 엄격한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현재 1.5% 증가율에 대해서는 완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1.5% 관리 목표에는 정책서민대출 등이 상당 부분 예외를 인정받아 제외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격한 총량 규제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대해 정책대출은 1.5%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2030년까지 가계부채 수준을 GDP 대비 8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혀왔는데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명목 성장률의 절반 이하로 설정했습니다. 
 
신 처장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서) 분모인 명목 GDP 규모가 커진 것이지 가계부채 규모가 작아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선진국 평균은 GDP 대비 60% 중반이고 우리는 80%대 후반으로 절대적인 수준이 아직 높다"고 말했습니다.
 
추가적인 대출 규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이달 중 범부처 부동산 정책 토론회 등을 거쳐 비거주 목적 1주택자에 대한 대출 추가 규제 강화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보유한 차주의 추가 대출 수요를 제한해 부동산 투자 목적의 자금 유입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이나 특별상여금이 소득에 반영돼 대출 한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득 산정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현재 소득이 전년도보다 크게 늘었더라도 이를 곧바로 상시적인 상환능력 증가로 인정하지 않고 최근 3년간 소득의 평균치 등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특정 연도에 성과급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한도가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금융위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은행권의 하반기 대출 운용도 보수적으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은행들은 현재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경영계획 범위 안에서 월별·분기별 대출 증가 규모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상반기 대출 증가분이 연간 목표에서 차감되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신규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는데요. 특히 연말에는 은행들이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출모집인과 비대면 채널 접수를 제한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의 대출 기간과 한도를 축소하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은행권의 대출 공급이 일시에 줄어들면 2금융권으로의 수요 이동도 불가피합니다.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한 차주가 보험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으로 이동하면 더 높은 금리와 강화된 상환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연간 총량을 고정한 상태에서 월별로 대출을 통제하면 하반기마다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이 시장 혼란 현상에 앞장서고 인상을 주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연말 '대출절벽' 매년 반복
 
같은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집값과 임차보증금이 오르면 차주가 필요로 하는 대출금액도 커지는데요. 소득이 증가한 차주는 원리금 상환능력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런 경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성장률(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6월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기준 10.4%로, 6개월 전인 작년 12월 발표 당시(4.0%)보다 2.5배가량 상향됐습니다. 금융위는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로 1.5%를 제시했는데 경제지표 변화에도 기준치는 고수 중입니다. 
 
총량 관리에서는 개별 차주의 상환능력이나 대출 목적보다 금융사의 전체 대출 증가액이 우선적인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은행의 연간 대출 한도가 소진되면 소득과 신용도가 충분한 실수요자도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등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인 만큼 부채액을 강하게 옥죄기보다는 거시경제 지표와 정책 연동성을 고려해 규제에도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부동산 급등기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97.1%, 98.7%까지 치솟았다가 점진적인 관리를 거쳐 2022년 97.3%, 2023년 93.0%, 2024년 89.6%, 2025년 88.6%로 둔화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2030년 목표로 제시한 GDP 대비 부채비율 80% 도달에 빠른 속도로 수렴하고 있다"며 "바뀐 성장률을 반영해 대출 총량 규제도 보다 완만하게 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대출 관련 안내가 게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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