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법원이 사망 노동자의 구글 타임라인을 실제 근무시간 산정 자료로 활용해 과로사를 인정했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기록 수정 가능성과 휴대전화 분리 사용, 보강 자료 부족 때문에 증명력이 낮다고 판단됐지만,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는 구글 타임라인이 하이패스·카드결제·업무지시·근무일지와 일치한다며 실제 근무시간 산정 자료로 받아들인 겁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CEO가 2026년 4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송재윤)는 지난 2일 통신설비 노동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씨는 2022년 7월부터 통신장비 설치·유지·보수 업무를 하다 2023년 9월 업무용 차량에서 쓰러져 뇌간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교내 출혈로 숨졌습니다.
이번 사건은 A씨의 근무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단기과로 인정 여부가 달라졌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직전 1주 업무시간이 그 이전 12주간 주당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하면 단기간 업무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산업재해(단기과로)로 인정합니다.
공단은 A씨의 이전 평균보다 약 18% 증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단은 A씨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 6일 근무하고 하루 1시간을 쉰다는 것을 전제로, 출퇴근에 각각 1시간이 걸린다며 하루 2시간도 제외해 근무시간을 계산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공단이 계산한 A씨의 직전 1주 근무시간은 53시간48분이며, 이전 평균 근무시간은 45시간27분이었습니다. 산재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공단은 업무와 뇌출혈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단이 오전 7시 출근과 오후 4시 퇴근을 일률 적용한 데 대해 "어떠한 자료를 근거로 이와 같이 산정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하이패스와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제출받고도 근무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유족이 A씨의 구글 타임라인과 하이패스 이용 내역 등을 토대로 산정한 A씨의 발병 직전 1주 근무시간은 67시간51분으로, 이전 12주 평균 근무시간 50시간37분보다 약 34% 늘어 단기과로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재판부는 "유족이 계산한 시간이 실제 수행한 근무시간에 근접하여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9월12일 타임라인에는 A씨가 오전 5시53분 자택을 출발해 42분 뒤 사업장에 도착하고, 오후 5시16분 사업장을 떠난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공단이 전제한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보다 실제로는 더 많이 일한 겁니다. 유족은 같은 기준으로 자택과 사업장 사이 이동 시간을 계산해 근무시간에서 제외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회사 관리자가 공사 장소와 설계 도면을 보내 작업을 지시한 내용이 있었고, A씨의 컴퓨터에서는 날짜와 방문 장소별 근무일지가 발견됐습니다. 재판부는 이 자료들을 종합해 타임라인을 실제 근무시간 산정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26년 7월11일 전남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능력을 재판부가 적극 반영한 사례이지만, 반대로 재판부가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경우, 서울고법은 구글 타임라인의 증명력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유동규씨 등을 통해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씨가 마련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았다고 특정한 2021년 5월3일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가지 않았다는 근거로 타임라인을 제출했습니다. 해당 기록에는 김 전 부원장이 당시 서울 반포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구글 타임라인의 정확성과 무결성이 인정되지 않고 그 작동 원리조차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며 "무결성과 정확성 등 선결 요건이 인정되지 않으면 증명력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감정 자료 제출 전 다른 날짜 기록이 수정된 흔적이 발견됐고, 김 전 부원장이 구글 계정과 연동된 휴대전화를 두고 이동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재판부는 "실제 이동 내용과 타임라인이 다른 게 많이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타임라인상 반포동 이동 기록이 있었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카드 결제나 통화 기록이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도 "반포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선 객관적인 보강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휴대전화와 김 전 부위원장이 함께 이동했는지 확인되지 않거나, 기록이 수정됐다고 판단돼 휴대전화 위치를 기준으로 기록되는 구글 타임라인만으로 김 전 부원장의 실제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반면 울산지법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는 여러 날짜의 구글 타임라인과 하이패스·카드결제 내역을 대조하고, 카카오톡 업무지시와 근무일지로 해당 장소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한 사실까지 확인하면서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능력이 인정됐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