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승소한 스마일게이트 분쟁…"IFRS로 상장 약속 못 깬다" 자본시장 파장
리픽싱 있는 CB 전환권, 자본 분류 가능함에도 외면
법원 “신의성실 원칙 저버린 고의성 인정”
8조원 가치 스마일게이트알피지, 모회사에 흡수합병
2026-07-16 13:54:22 2026-07-16 13:54:2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래에셋증권(006800)(라이노스자산운용 대리)이 스마일게이트를 상대로 낸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손해배상 소송 1심 승소 판결이 금융투자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투자자와 약속한 상장 의무를 피하고자 기업의 회계적 재량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법원이 '계약상 신의칙 위반'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최근 항소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원심 판결은 기업의 회계적 선택지가 계약상 의무를 침해할 수 없도록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옵니다. 한 회계 전문가는 “1심 판결이 대법원 등에서 최종 확정된다면, 기업들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의 기계적 적용을 방패 삼아 투자자와의 상장 약속이나 엑시트 조항을 고의로 무력화하려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회계상 부채 분류가 맞더라도 계약상 신의칙과 금융감독원 지침 같은 예외 규정이 있다면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판례가 향후 자본시장 내 메자닌 투자 계약 실무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회계 처리 기준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회계기준과 계약 의무의 충돌
 
쟁점이 된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건부 CB는 K-IFRS 도입 시 부채로 분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통상 한국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을 채택하는 비상장사는 CB 전환권에 대해 리픽싱이 있더라도 없는 경우와 같이 자본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상장하기 위해 채택해야 하는 K-IFRS는 리픽싱이 있으면 부채로 분류합니다. 해당 전환권에 따른 파생금융부채는 비상장사의 자산가치가 상승해 전환권 가치가 오르면 손익계산서상 평가손실을 인식하게 만듭니다. 스마일게이트가 바로 이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현금 유출이 없는 평가손실로 실적을 누르면서 상장을 의도적으로 회피(계약상 당기손익 기준 미달)했다는 게 분쟁 지점입니다. 스마일게이트는 투자자 측으로부터 상장 요청을 받았던 2022년 당시 부채 분류를 선택해 5357억원의 (CB 전환권에 대한) 파생금융부채 평가손실을 인식했습니다.
 
관건은 금융당국이 해당 회계기준에 유권해석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원은 과거 한 업체의 질의회신(회제이-00094)을 통해 리픽싱 조건이 있더라도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예외를 허용했습니다. 금감원은 또 2024년 3월29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공식 의견서를 내고 “가격하락 시 전환가액 조정 특성이 있는 금융상품을 파생상품 부채로 분류하기로 한 IASB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이러한 분류 결정이 가격하락 시 전환가액 조정의 경제적 실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 주주와 잠재적 주주 간의 거래를 자본으로 간주하는 재무보고를 위한 개념체계와도 상충한다”며 “이는 기업 가치가 상승할수록 더 많은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인식되는 반직관적인 결과를 초래해 회계 정보의 유용성을 현저히 저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의 회제이-00094를 인용해 2022년 사업보고서상 전환사채가 공시된 상장법인 중 리픽싱 조건 CB 전환권을 자본으로 분류한 비중은 21% 내지 31%였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부채 분류가 회계 기준상 원칙에 부합하더라도, 금감원 지침상 자본으로도 분류할 수 있었던 만큼 상장을 추진할 계약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합법적인 회계적 선택지를 악용해 상장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계약상 '재무상황에 중대한 변동을 일으키는 행위 금지' 위반이자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207억원 법원 공탁과 합병…전환권은 소멸 처리
 
스마일게이트가 상장 요건을 피하고자 비용을 과다 지출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2022년 파생상품평가손실과 더불어 1536억원 규모의 핵심인력 주식보상비, 특별상여금, 기부금을 집중적으로 사용해 당기순이익을 상장 요건인 120억원 이하(1426억원 순손실)로 낮췄습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거액의 일회성 비용 지출이 당기순이익 요건 미달을 목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발행사의 고의성을 인정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상장 의무 불이행 책임에 따른 배상액은 1000억원입니다. 소송 과정에서 현금흐름할인법(DCF) 등을 통해 산정된 스마일게이트알피지의 기업가치가 약 8조801억원에 달했습니다. 상장 추진 대상이었던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작년 말 모회사에 흡수합병돼 물리적으로 상장 가능성은 소멸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는 해당 전환사채의 전환권이 소멸했다고 공시하고, 투자 원금과 표면 이자 수준인 207억3100만원을 법원에 공탁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전환권 가치가 채권 원리금 회수 수준으로 처리된 겁니다. 다만 막대한 상장 차익을 기대했던 모험자본은 1심 승소로 인해 손해 복구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금융감독원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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