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시가스 '외주구조' 도마...임금체불 등 흔들리는 '공공성'
40년 이어진 '지역 독점'의 그늘…'수익논리'에 밀려난 공공성
독점만 보장 받고…임금 체불·안전 공백 등은 '전국 공통 문제'
2026-07-17 06:00:00 2026-07-17 06:00:00
[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경동도시가스의 고객 서비스센터 지분 매각 논란을 계기로 전국 도시가스업계의 외주화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임금 체불과 안전업무 방치 등 공공성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1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엔 총 34곳의 도시가스 회사가 지역별 공급권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40여년 전 도시마다 하나의 배관망을 구축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형성된 '자연독점' 구조의 결과입니다. 정부는 지난 1980년 도시가스 보급이 확대되자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공급권역별 허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여러 사업자가 같은 지역에 각각 배관을 설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과 안전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그 결과 시민은 공급업체를 선택할 수 없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가스 요금과 공급비용, 안전관리를 감독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한 데에는 도시가스 회사에 공공적 책임을 부과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 공공성은 수익 논리에 밀려 사실상 뒷전이 된 지 오래입니다.
 
서울처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 안에 여러 도시가스 회사가 존재하는 지역도 있지만, 이 역시 경쟁구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서울은 서울도시가스·코원에너지서비스·예스코·귀뚜라미에너지·대륜이엔에스 등 5개 회사가 권역을 나눠 공급하고 있습니다. 회사 숫자는 여러 곳이지만 시민 입장에선 거주지에 따라 공급업체가 정해질 뿐입니다. 권역 내에서 다른 회사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선 독점 구조의 본질은 울산과 다르지 않은 겁니다. 
 
경동도시가스 지분 매각에 반대하며 릴레이 단식을 이어온 공공운수노조가 16일 울산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사진=뉴스토마토)
 
도시가스사들은 안전업무와 직결된 고객 서비스센터를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경산의 대성에너지는 자회사 형태로, 서울 서북권의 서울도시가스는 별도 법인을 통해 고객 센터를 운영합니다. 경기 남부의 삼천리는 협력 고객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 동부권의 예스코와 충남·세종의 JB 역시 고객 서비스센터를 통해 검침과 안전점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급권은 도시가스회사가 독점하면서도 시민과 직접 접촉하는 현장 업무는 자회사나 별도 법인, 협력업체에 맡기는 구조가 전국적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이 구조에선 공급과 안전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은 원청 도시가스 회사에 남는 반면, 현장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업무 배치는 별도 운영 주체가 담당합니다.
 
이 때문에 운영업체의 경영난이나 비용 절감이 임금 체불이나 인력 축소로 이어질 경우, 피해는 노동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점검 공백과 서비스 저하로 확대, 소비자도 고스란히 피해를 안는 꼴입니다. 이번 경동도시가스 사태가 기업 내부 문제를 넘어 공공성 논란으로 번지는 이유입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울산·경남 양산의 경동도시가스 역시 그동안 자회사 형태로 고객 서비스센터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자회사 지분을 전문 아웃소싱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민선 9기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주최한 시민사회 토론회에서 경동도시가스측은 독립된 운영체계가 객관적인 품질 관리와 서비스 안전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측면에서도 자회사보다 분리된 구조가 이해상충을 줄일 수 있고, 매각 이후에도 동일 조건의 고용 승계를 7년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반면 노동조합은 지분 매각이 안전성을 높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최만식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장은 "도시가스 안전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의 영역"이라며 "시민이 공급업체를 선택할 수 없는 지역독점 사업에서 안전관리 체계를 바꾸는 문제를 단순한 기업의 경영 판단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민사회 역시 동일한 위탁수수료 구조에서 외부 업체가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인건비 절감이나 업무 강도 증가로 시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정책국장은 "서울에서도 고객 서비스센터 지분 매각 이후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며 "지분을 넘기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 노동조건과 안전관리 체계가 유지되는지를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중요한 건 지분 매각 자체가 아니라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여부"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지분을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지역독점 사업자가 시민 안전에 대한 책임까지 외부화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울산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도시가스업계 전반의 고객 서비스센터 운영과 원청 책임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질 걸로 보입니다.
 
울산=하주화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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