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꿴 첫 직장…이직·임금 평생 불만족
'직업 적성 불일치' 다면적 실태
'인간관계 불일치' 지수 임금 감소
이직해도 미스매치 60~80% 그대로
평균 근속 기간 0.6년 짧고 이직률 높아
"첫 직장 매칭 '핵심'…매칭의 질 개선해야"
2026-07-19 06:00:00 2026-07-19 06: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 직장인인 A(35)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A씨는 데이터 분석, 기획 연구직을 희망했지만 취업난에 못 이겨 원치 않게 시작한 일이 영업 관리직이었습니다. ‘일단 어디든 들어가 경력부터 쌓자’는 심경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5년차에도 이직은커녕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묵묵히 자기 일을 좋아하는 내향적 성향이지만 협력사를 만나고 내부 유관 부서와 업무를 조정하는 일이 맞지 않은 겁니다. 직무가 요구하는 ‘인간관계 역량’이 저평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직무가 맞지 않아 입사 3년 만에 회사를 나온 B씨도 전문직종의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노동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경력직 채용 시장에서 B씨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영업관리 경력 3년’이 전무였기 때문입니다. 첫 직장에서 쌓은 첫 경력이지만 ‘직무 미스매치’로 마땅히 갈 곳을 잡지 못해 구직 사이트만 바라봐야했습니다.
 
 
2025년11월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간관계 불일치' 임금 최대 45%↓
 
비좁은 취업문을 겨우 통과해도 근로자가 보유한 실제 능력과 직무가 요구하는 요건이 맞지 않는 ‘직업 적성 불일치’가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첫 직장에서 발생한 적성 불일치는 직장을 옮기더라도 60~80%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분석입니다. 의사소통, 협업 등 인간관계 능력에서의 불일치도 결국 임금 감소로 까지 작용한다는 지적입니다. 경력 초기 단계에서의 정교한 진로 지도와 일자리 매칭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9일 이철우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분석을 보면, 근로자의 능력과 직무 요구 간 불일치를 반영한 모형의 임금 설명력(결정계수)은 기존 0.11에서 0.44로 약 4배 높아졌습니다. 이는 직업 적성 불일치가 임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이 모델은 근로자 개인의 3대 능력(수학, 언어, 인간관계)과 실제 직무가 요구하는 수준 사이의 간극을 표준화해 분석했습니다. 수학과 언어 같은 인지적 능력 영역에서는 높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만큼 높은 수준의 직무에 배치되는 ‘선별 기제’가 비교적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소통과 협상을 담당하는 ‘인간관계 능력’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사회적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정작 대인 관계 역량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직무에 적절히 배치되지 못한 채 노동시장에서 겉돌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인간관계 능력에서 직무 요구와 맞지 않을 경우 임금이 약 21~4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안 맞는 정도가 한 단계 심해진다’는 의미로 불일치 지수가 0.2에서 1.2로 또는 1.0에서 2.0으로 커진다는 뜻입니다. 가령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데 영업직에 근무할 경우 불일치는 ‘거의 없음’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사람 만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는데 영업직에 근무할 경우 불일치에 대해 직무가 요구하는 인간관계 능력과 개인 능력 차이를 지수로 추산한 겁니다.
 
수학적 요구가 높은 직무의 경우 처음에는 적성이 다소 맞지 않더라도 매년 약 4.5% 수준의 임금 상승효과가 동반됐습니다. 일하는 과정에서의 현장 학습을 통해 불일치를 점진적으로 메워나가는 보완 작용이 관찰된 겁니다. 하지만 인간관계 불일치는 이러한 학습 효과조차 나타나지 않아 경력 내내 임금을 갉아먹는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입니다.
 
 
2026년 7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행복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맞지 않는 옷…근속 짧고 이직 높아
 
직업 적성 불일치는 임금뿐 아니라 근속기간과 이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업 적성 불일치 정도가 가장 심한 최상위 5분위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약 3.8년으로 적성이 비교적 잘 맞았던 1~2분위 근로자(약 4.4년)에 비해 근속기간이 0.6년 짧았습니다.
 
연간 직업 전환율도 적성이 잘 맞는 그룹(1분위)은 6.5% 수준이나 불일치가 심한 그룹(5분위)은 8.0%로 상승했습니다. 언어 적성의 불일치가 극심한 근로자 경우 이직률이 8.9%까지 치솟는 비선형적 패턴을 보였습니다.
 
또 이직을 해도 ‘적성 불일치’ 굴레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첫 직장에서 겪은 수학적·인간관계적 적성 불일치는 다음 직장으로 이동해도 약 60%에서 80%가 그대로 지속된다는 분석입니다. 노동시장의 심한 구직 마찰 등으로 인해 근로자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이철우 노동연 연구위원은 “직업 적성 불일치는 근로자가 보유한 능력과 직업이 요구하는 직무 요건 간의 격차를 의미하며 개인의 생산성과 직무만족도뿐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성 미스매치는 단순히 개인의 만족도 하락에 그치지 않고 노동 생산성 저하와 비효율적인 이직 등 사회적 비용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제기했습니다. 더욱이 첫 직장에서의 불일치는 경력 전반에 걸쳐 지속되고 근속기간이나 직업 전환을 통해 완전히 교정되지 않아 초기 매칭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 개입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학교-노동시장 이행기의 진로 지도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직업 상담, 적성 진단, 그리고 근로자들이 정식 취업 전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화된 인턴십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인간관계 능력이나 실무 경험을 인증하는 체계는 미흡하다”며 “산업이나 직함이 아닌 능력-직무 적합성을 중심으로 매칭하는 구직 플랫폼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26년 7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행복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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