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부 주도로 도입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차입)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의 또 다른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땜질식 보완책을 내놨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연일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속한 추가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10조원을 넘게 흡수한 레버리지 '개미 무덤'에 책임지는 참모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되레 '환율 방어'를 정책 성과로 홍보, 논란을 한층 키우고 있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이억원(왼쪽) 금융위원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가 대책 요구에도 "환율 방어·선진화"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를 언급하며 "국내 투자자들의 불만의 한 원인이 됐던 건 사실인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품 출시 이후 약 두 달간 증시에서 13조원이 넘는 자금을 흡수했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가 몰렸는데,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동안 주가가 급락하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또 삼전닉스가 코스피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 탓에 전체 주식시장 자체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어떻게든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최소 매수 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확대하는 보완책까지 마련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금융위가 마련한 보완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보완책을 신속하고 충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두 달 만에 보완책이 나왔고, 여기에 추가 보완책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건데요. 사실상 상품 설계부터 투자자 보호까지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걸 방증합니다. 게다가 금융당국을 부추긴 청와대 정책 라인의 문제라는 지적도 주를 이룹니다.
문제는 정책 실패를 책임지려는 참모가 없다는 겁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 인터뷰에서 "상품 규모도 10조원 이상 형성돼 있어 상장폐지를 하면 그 자체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상장폐지 주장에 선을 그었습니다.
국무회의에서는 되레 "작년 개인이 해외 증권투자로 400억달러를 순유출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8억달러에 그쳤다"며 "개인들의 해외 자금 순유출이 현격하게 줄었고 이런 효과들도 일부 작용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정책 성과를 부각한 겁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홍콩에 있는 상품 규모가 약 20조원인데 최근 17조원 정도로 줄었고 국내 투자분도 감소했다"며 "만약 이 제도가 없었다면 자금이 더 해외로 나갔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한국 상품을 갖고 만든 레버리지 상품이 있었고, 이에 투자자 보호 측면이나 자본시장 선진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측면"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거세지는 경질 요구…외면 땐 '위기 자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후폭풍은 참모진 '경질' 요구와 함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을 주도한 김 실장에 대한 경질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김 실장에 대한 경질론을 꺼내 든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카드로 이중 압박에 나섰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우리 주식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롤러코스터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정책토론회'에서 "애당초 도입해서는 안 될 상품을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밀어붙였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실장이 금융당국을 압박했고,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감사원 감사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국정조사를 통해 정책 결정 과정과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경질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습니다. 참모진에 대한 경질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정권의 위기로 연결된다는 건데요. 실제로 박근혜정부 당시 이른바 '정윤회 문건'은 '비선 실세' 논란의 출발점이었지만 인적 쇄신의 시기를 놓치며 정권의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윤석열씨 역시 '이태원 참사' 속에서도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경질을 단행하지 않았고, 이후 행정망 마비와 12·3 계엄 관여 등 정권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