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과도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출 관리 방식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잔금대출 제한과 반복되는 대출 셧다운 현상으로 시장 혼란이 커진데 따른 현상인데요.
집값 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에는 시장에서도 이견이 없지만, 금융기관별 대출 규모를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을 막고 은행의 자율적인 여신 심사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출 총량 규제, 현실과 괴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 수준으로 설정하고 은행권 대출 증가 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해 부동산 시장 불안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현행 총량 관리 방식이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대출 공급 과정에서 잇따른 혼선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허용된 가계대출 순증 규모는 약 4조3363억원 수준으로 제한됐지만 상반기 중 이미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하반기 은행권의 추가 대출 여력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잔금대출이 막혀 논란이 커졌는데요. 금융당국은 하반기 약 7만가구에서 26조원 규모의 잔금대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잔금대출 상당 부분이 기존 중도금대출을 상환하는 성격이라 실제 신규 가계대출 증가분은 3조7000억원에서 11조원 수준에 그칩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총량 범위 안에서 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공급 부담이 커진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예외 적용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총량 규제라는 큰 틀을 유지한 채 일부 대상만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반복되는 혼선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총량 규제, 임시방편일 뿐"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출 총량 규제가 시장 원리에 맞지 않고,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대출 심사 기능을 훼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총량 규제가 금융기관별 대출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면서 은행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진형 부동산학회 회장은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금융기관별 대출 총량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수요자까지 일괄 제한하면서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여신 심사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총량 규제는 결국 임시방편에 그칠 뿐이고 풍선효과 등 부작용도 나타나는 만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은행권 대출이 제한되면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금융기관 이용이 늘어나면 오히려 서민과 취약차주의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민주당 의원을 지낸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도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지금처럼 금융기관별 대출 총량을 인위적으로 할당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수요자까지 일괄적으로 막으면서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여신 심사 기능도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인지 여부는 금융회사가 판단해야 하는 영역인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특히 총량 규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풍선효과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대출 총량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개인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은행의 자율적인 여신 심사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조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차주가 자신의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게 되지만, 총량 규제는 대출이 필요한 사람까지 일괄적으로 막는 원시적인 방식"이라며 "결국 지금과 같은 잔금대출 제한이나 연말 대출 셧다운 같은 부작용을 반복할 수 있어 보다 시장 원리에 맞는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여러 부작용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관리하기 위한 총량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금융 안정성과 직결되는 만큼 증가 속도를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총량 관리는 대출을 일률적으로 막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과도한 가계부채 확대를 방지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청년·무주택자 등 필요한 계층에 대해서는 보완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ATM기기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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