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소프트웨어처럼 설계하다
(디‘차’인 언어, 10사10색)⑨테슬라 ‘미니멀·기능주의’
라디에이터 그릴 지우자…전동화 시대 새 얼굴로 부상
계기판 물리적 버튼도 없앤 소프트웨어 중심 실내 철학
2026-08-27 14:54:17 2026-08-27 15:26:3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테슬라는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 완성차 브랜드들과 달리 실리콘밸리의 IT·소프트웨어 문화에서 출발한 독창적인 디자인 DN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와 극도의 절제를 동시에 구현하는 이른바 ‘미니멀·기능주의(Minimal Functionalism)’ 철학을 차량 전반에 녹여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테슬라 모델Y 프리미엄. (사진=테슬라코리아)
 
이 같은 디자인 방향은 수석 디자이너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의 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는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유행이나 취향이 아니라 그 존재의 목적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효율성과 소프트웨어 중심 경험을 결합해 절제되고 미래지향적인 존재감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해 오고 있습니다.
 
전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통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을 과감히 삭제한 ‘그릴리스(Grille-less)’ 디자인입니다. 내연기관차의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 전면부는 테슬라만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으며,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테슬라 모델 YL 후측면 디자인. (사진=테슬라코리아)
 
실내 역시 같은 철학을 따릅니다. 불필요한 캐릭터 라인을 최소화한 유선형 실루엣과 함께, 물리 버튼을 걷어낸 대형 터치스크린 중심의 실내 구성을 적용했습니다. 계기판마저 덜어낸 극단적인 미니멀리즘과 공기저항을 낮춘 매끈한 차체 그래픽을 통해 도로 위에서 기존 완성차들과는 이질적인 존재감을 완성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같은 디자인 진화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사이버트럭입니다. 대형 주조 공법인 기가캐스팅 공법과 각진 지오메트릭 실루엣을 결합한 이 모델은 개발 초기 알루미늄과 티타늄 등 여러 소재를 검토하다, 결국 도장이 필요 없고 차체 하중까지 일부 지탱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 모델Y 실내 인테리어. (사진: 테슬라)
 
당시 머스크는 디자인팀에 “미래가 미래처럼 보이길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각진 형태의 목업이 처음 공개됐을 때 즉석에서 채택을 결정한 일화도 함께 전해집니다. 파격적인 형태에 대한 우려에도 밀어붙인 이 결정은 이후 테슬라 디자인 언어가 얼마나 목적과 신념 중심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지속가능성은 디자인에도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배터리와 차체를 한 번에 찍어내는 대형 주조 공법을 이용해 부품 수를 크게 줄여, 이음새가 적고 매끈하게 이어지는 차체 라인을 만들어냈습니다. 부품이 줄면서 무게도 가벼워졌고, 그만큼 불필요한 장식이나 마감재를 덜어낸 단순한 실내외 디자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여기에 물리적인 버튼과 계기판 같은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옮겨 처리하면서, 화면 하나로 통합된 간결한 실내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사진=테슬라코리아)
 
테슬라의 미니멀·기능주의 디자인 언어는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모델S·모델X·모델3·모델Y를 거쳐 사이버트럭까지, 브랜드의 전체 라인업에 걸쳐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릴을 없앤 전면부, 버튼과 계기판을 최소화한 실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사이버트럭에 이르기까지 형태보다 목적을 우선한다는 설계 원칙은 모델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테슬라 디자인의 공통분모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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