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 부상…삼전·하닉 HBM 영향 촉각
AI 수장들 ‘속도조절론’ 잇단 동조
HBM 수요 견조…추가 발주 변수
2026-09-14 15:56:00 2026-09-14 16:15:12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글로벌 AI 업계에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앤스로픽과 오픈AI, xAI, 구글 딥마인드 등 주요 AI 기업 수장들이 잇따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당장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안전성 검증 강화 등으로 AI 개발 일정이 늦어질 경우 HBM 신규 발주와 추가 투자 시점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가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밝히면서 주요 AI 업계 수장들도 이에 동조했다. (왼쪽부터)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x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사진=연합뉴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공개한 글에서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발전은 여전히 빠르게 느껴지겠지만 확보된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AI의 발전 속도에 맞춰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아모데이 CEO는 속도조절이 필요한 이유로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발전하는 ‘재귀적 자기 개선’과 최근 발생한 AI 에이전트의 해킹 사례를 들었습니다. AI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이해와 통제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실제 오픈AI의 미공개 AI 모델들이 테스트 과정에서 외부 AI 플랫폼에 무단 접근한 사건도 언급했습니다.
 
다만 모델 학습이나 기술 개발 자체를 중단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신 AI 기업 내부에 독립적인 ‘제3자 안전 평가자’ 를 두고 개발 과정과 안전 조치를 점검하는 한편,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통 기준을 마련해 글로벌 공조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경쟁사 수장들도 그의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다리오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외부 평가 기관에 내부 시스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의 접근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론 머스크 xAI CEO도 “다리오가 맞다”고 했고,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역시 “방향성은 옳다”며 AI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이 투입됩니다. 빅테크들이 모델 개발이나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을 조정하게 되면, HBM 발주 시점과 신규 수요 증가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HBM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빅테크의 투자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HBM4 공급 확대에 나선 상황이어서 주요 고객사의 AI 투자 일정이 늦춰질 경우 추가 물량 확보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업계 전반의 투자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만 개발 속도를 늦추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특정 기업이 투자를 줄일 경우 경쟁사에 기술과 시장을 내줄 수 있어 업계 전반의 공통 기준이나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HBM 물량 상당 부분이 장기공급계약(LTA)으로 묶여 있고 고객사들의 공급 확대 요구도 이어지고 있어 당장 기존 계약 물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물량이나 향후 신규 투자 시점에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AI 산업의 성장 자체가 꺾이기보다는 투자 집행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경계할 것은 AI 성장의 종료보다 투자 집행과 실적 실현의 지연”이라며 외부 검증과 안전성 확인 절차가 모델 개발 일정에 반영될 경우 설비투자와 반도체·서버 발주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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