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박선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부 대책에 따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울·경기·인천을 뺀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8000호 매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기 남부 반도체 배후도시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청년·신혼부부에게 임대하는 기존 주택 매입도 비아파트로만 이뤄지면서, 이 지역에 쌓인 미분양 아파트와 집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노동자를 연결할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성)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2024~2026년 기존 주택 매입 실적’에 따르면 LH는 2024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경기도에서 매입임대용 기존 주택 3937호를 사들였습니다. 이 가운데 평택·용인·이천·안성 4개 시 물량은 148호(3.8%)에 그쳤습니다. 용인 100호, 평택 48호였고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과 반도체 소부장 산단이 추진되는 안성은 3년 내내 ‘0’이었습니다. 148호는 모두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였습니다.
반면 경기도 주택정책과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4개 시 민간 미분양 주택은 6291가구로 도 전체의 43.7%를 차지합니다. 공사를 마치고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도 576가구(용인 388·안성 122·평택 63·이천 3)로 도 전체(2331가구)의 약 4분의 1입니다.
정부는 2025년 2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에서 LH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매입토록 했습니다. 같은 해 8월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에서는 매입 물량을 8000호(2025년 3000호·2026년 5000호)로 늘렸습니다. LH는 “준공 후 미분양 매입 지역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며, 시·도별로 배정된 매입 물량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안성·이천은 규제지역이 아닌 수도권 외곽이지만, 정부의 준공 후 미분양 매입 대상에서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제외돼 있습니다. LH는 본지에 안성·평택·이천·용인 4개 시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거나 임대용으로 검토한 사례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지원과 관계자는 수도권 비규제지역이 미분양 매입에서 빠지는 문제에 대해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고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나가는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안성이나 이천은 행정구역상 수도권이지만 주택시장 여건까지 서울이나 수도권 핵심 지역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며 “미분양 상황과 산업, 주거 수요 등 지역의 실제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보다 세분화된 기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는 안 산다”…남는 집과 사는 집 어긋나
LH가 기존 주택을 사들여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임대하는 매입임대로도 미분양 아파트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LH는 본지 질의에 “2025년 이후 아파트는 매입하지 않고 있다”며 “비아파트 공급 시장 위축에 따른 비아파트 집중 공급이 필요해 자체 매입 계획을 수립해 공고에 반영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LH가 3년간 경기도에서 사들인 기존 주택의 72.5%(2855호)가 오피스텔이었고 아파트는 한 채도 없었습니다.
LH는 “매매가격이 높고 전용면적이 넓은 아파트 매입은 하지 않고 있으며, 청년층 입주 수요가 높은 도심 내 역세권 주변 전용 16~60㎡ 비아파트를 우선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반도체 배후도시에 이런 소형 비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도시형생활주택·다가구는 부족하고 아파트 공급만 많다고 했습니다.
반면 이 지역에 쌓인 미분양은 중형에 몰려 있습니다. 4개 시 미분양 6291가구 가운데 4675가구(74.3%)가 전용 60~85㎡로, LH가 우선 사들이는 소형 비아파트와는 거리가 멉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시스)
매입 물량이 시·군 단위로 따로 배정되지도 않습니다. LH는 “매입임대 공급 물량은 국토교통부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에 따라 광역시·도별로 배정되며 시·군·구 및 읍·면·동 단위로 매입 물량이 구분돼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도시도 물량을 나눌 때는 경기도의 다른 시·군과 구분되지 않습니다.
국토부 훈령인 ‘기존주택 등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은 준공 15년 이내, 국민주택규모(전용 85㎡) 이하 공동주택을 매입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배후도시의 전용 60~85㎡ 미분양 아파트도 훈령상 매입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저희는 비아파트 구분 없이 아파트, 연립·다세대, 오피스텔을 살 수 있도록 열려 있다”며 “단가 등의 문제로 LH가 비아파트 위주로 사는 것이고 매입 주체인 LH가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자체는 반도체 배후 주거 수요조차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지가 안성·이천·용인시에 반도체·산단 근로자 주거 수요 등을 질의한 결과 세 곳 모두 대부분 항목에 ‘별도 파악 자료 없음’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천시는 관내 준공 후 미분양 현황도 따로 집계한 자료가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그사이 수요는 늘고 있습니다. 송옥란 이천시의원은 올해 SK하이닉스 신입사원이 약 1300명 들어왔고, 장기근속자의 사내 기숙사 퇴거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외부 주거 수요가 더 늘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성시가 직접 주택을 확보해 공급하는 ‘안성맞춤 청년주택’에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53호 모집에 260명이 몰렸습니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로 돌리는 사업이 이미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토부·광주시·LH는 지난해 12월 협약을 맺고, LH가 광주와 인근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약 100가구를 매입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노동자에게 ‘든든전세주택’ 형태로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송 의원도 이천 미분양 아파트를 SK하이닉스와 연계해 직원 기숙사·숙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계속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의원은 “매입임대도 지역의 주택시장과 수요 여건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해지·미입주 물량처럼 공공임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아파트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 요건 아래 매입할 수 있도록 지역별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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