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조사 논란까지 설상가상…뒤로 밀린 농협 개혁
2026-10-15 14:59:57 ㅣ 2026-10-15 15:14: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 방침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면서 농정 개혁을 추진하는 여권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농협 개혁을 위한 법안 처리도 지연되고 있는데요.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부정 여론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면서 농협 개혁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지율 하락에 농정개혁 속도 조절론
 
15일 국회와 농협 등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2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재논의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29일 법안소위에서 여야 이견으로 처리가 불발된 데 따른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농업·농촌 분야 정상화 과제' 30개에 농지 전수조사와 농협 개혁을 함께 포함했습니다. 농지의 불법 소유와 이용을 바로잡고, 농협의 선거제도와 감사 체계를 개편해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농지 전수조사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농협법 개정 논의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와 농해수위 법안소위가 농협 개혁 논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면서도 "지지율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 개혁 등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들은 사법부 독립성 논란과 안보 공방, 부동산 문제 등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선 농지 전수조사와 대미 투자 등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야당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의 실제 소유와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와 불법 전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민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일률적인 조사로 농지 처분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농지 전수조사가 농민의 재산권을 위협하고 영농형 태양광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농지 전수조사가 농민을 보호하고 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영농형 태양광 역시 농업 활동을 유지하면서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난 7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농지 전수조사와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부각되면서 농협 개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농민 몰아내고 결국 태양광이냐'는 내용의 피켓을 내걸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국감이 한때 정회되기도 했습니다.
 
농협중앙회 국감에서는 중앙회의 자체 개혁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만 정부 측 관계자들이 출석하지 않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농협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농협 개혁을 위한 논의 기구를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농협개혁추진단'과 농협중앙회가 자체 구성한 '농협개혁위원회'가 선거제도와 감사 체계 개편 등 유사한 과제를 다루면서 역할 분담과 개혁안 조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등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에 붙은 피켓 관련 항의가 이어지자 여야 간사 간의 합의를 위해 감사가 중지됐다. (사진=뉴시스)
 
농협법 개정 답보 속 후속 개혁까지 지연
 
농지 전수조사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다른 개혁 과제의 추진 여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농협 개혁 역시 농민과 지역조합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입니다. 농협 개혁 입법은 농지조사 논란 이전부터 난항을 겪어왔습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조합장들이 선출하는 농협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이 직접 뽑도록 선거제도를 바꾸고, 중앙회의 감사 기능을 분리해 독립적인 농협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입니다.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내부통제와 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반복된 금품 선거 논란과 중앙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혀왔습니다.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직선제 도입과 감사위원회 신설을 위한 세부 방안을 협의했지만 국회 논의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습니다. 직선제 시행에 필요한 선거비용 부담과 감사위원회의 독립 방식,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이 쟁점입니다.
 
지난달 29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도 이 같은 쟁점을 두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당시 야당에서는 농지 전수조사와 같은 부작용을 반복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정부·여당은 농협법 개정을 통해 1차 개혁을 마무리한 뒤 중앙회 권한 분산과 경제사업 활성화 등을 담은 2차 개혁안을 추진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1차 개혁 입법이 지연되면서 당초 7~8월로 예상됐던 2차 개혁안 발표도 늦어진 상태입니다.
 
정부는 후속 개혁안을 연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핵심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 개혁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중앙회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경제사업 활성화 등 농협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과제들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농협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농지조사 논란이 커지면서 같은 농정 개혁의 일환인 농협 개혁도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농민을 위한 농협 개혁이라는 명분이 있어도 농촌 현장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제도 개선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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