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입증은 고객 몫?…정상혁 신한은행장 "송구스럽다"
신한은행 정보보호 예산 비중 최저
"보안 예산 늘려놓고 집행은 부실"
2026-10-19 17:40:31 ㅣ 2026-10-20 08:09:42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은행권에서 고객 정보 유출 규모가 컸던 신한은행이 국정감사에서 피해 보상 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집중 질타를 받았습니다. 피해금액 전액 보상을 약속했지만,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보상하겠다는 것은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적 사항을 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에서 신한은행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와 사후 보상 대책의 실효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신한은행이 피해 고객에 대한 전액 보상을 약속했지만, 실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구체적인 보상 기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언적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해킹 발생 이후 이를 인지하기까지 15시간 26분이 걸렸으며,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은 2만5729명에 달합니다. 이번 해킹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명과 고객번호, 연락처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와 대출 정보, 직장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됐습니다. 김 의원은 "이 정보만 있으면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보게 하는 건 아주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은행들이 내놓은 전액 보상 방침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신한은행은 이번 해킹으로 발생한 피해 금액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번 정보 유출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습니다. 피해 고객이 사실상 피해 사실과 유출 사고의 연관성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피해 고객에 대한 안내와 사후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신한은행에서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조회한 고객은 5682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약 22%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만여명은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피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고객들에게 향후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겠다는 방침만 제시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후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적 사항을 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정보보호 예산 규모와 집행 실태도 문제로 거론됐습니다. 올해 신한은행의 정보보호 관련 예산은 452억9000만원으로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500억원을 밑돌았습니다. 실제 집행 금액도 316억7000만원으로 규모가 가장 작습니다.
 
김 의원은 2025년 기준 일부 은행의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이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안 예산은 늘려 놓고 실제 집행은 제대로 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보보호 예산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보안 체계 강화에 얼마나 투입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보안 전문성을 갖춘 경영진이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보안원장 출신인 김철웅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이 재직 중임에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024년 말 새 상임감사위원으로 김철웅 금융보안원장을 선임했습니다. 김 상임감사위원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거쳐 제4대 금융보안원 원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박 의원은 "단순히 감독기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했던 것이냐"며 "실제 금융 보안과 내부통제를 위한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었는지 확인했느냐"고 질타했습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1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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