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찰서에 검사 파견? 옥상옥보다 못한 어설픔
2026-10-23 06:00:00 ㅣ 2026-10-23 06:00:00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로 두 달 넘게 온 나라가 내홍을 앓다가 결국 보완수사 기능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2일 검찰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 제도를 시작하니 많은 진통과 시행착오는 예정된 것이었고, 불가피하다면 치르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기존 검찰 기능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되는 중수청은 출범도 하기 전 초대 청장 내정자의 성향을 둘러싸고 다시 극심한 진통이 초래됐다. 김지용 내정자의 ‘친윤석열’ 여부가 핵심이었다. 급기야 김 내정자 불가를 주장해 온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공표하는 등 출범도 하기 전 심각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실로 우려되는 지점이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검찰 개혁을 다루는 민주당의 즉흥성과 무원칙함이다. 민주당은 수사 기능이 박탈돼 일거리가 없어진 검사들을 일선 경찰서에 파견하는 안을 발표했다.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지만 김민석 당 대표가 직접 발표까지 했다. 장고 뒤에 악수라더니. 이런 정책을 보완책이라고 내놓는 민주당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보완수사권 논란 당시부터 민주당의 제안은 졸속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리와 팩트에서 밀리자 순간 모면 수들만 내놓는다”는 법조계의 비판은 이유 있어 보인다.
 
생각해보자. 경찰서에 검사 파견하면 경찰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일 똑바로 할 것 같은가. 업무상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검사가 경찰서에 가서 뭘 하겠는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고문관 신세 면하기 힘들어질 것임은 초등생도 예상할 수 있다. 서로 소 닭 보듯 어정쩡해지리라는 걸 왜 모를까. 파견된 검사가 업무상 왕따 당하다가 자칫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될 수도 있겠고. 이런 발상은 옥상옥보다 못한 어설픔이다. 이런 순간적 모면 수 말고, 구조적인 경찰 통제 방안을 만들어 거대 공룡 경찰의 질적 변화와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건만, 우이독경이고 마이동풍이다. 
 
수사권 조정이 아니라 기형적 ‘수기 분리’(수사권 기소권 분리)의 폐해가 애시당초 하려던 검찰 개혁의 취지마저 무색케 함은 물론, 경찰 편의주의의 만성화와 행정력 낭비에 따른 원성과 조롱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검수완박’은 민주당 내 검찰 개혁 강경파의 실험이나 치기로 끝날 것 같아 답답하다. 제도 변경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에 비하면 70억원은 빙산의 일각도 못 되겠지만, 검찰 표식과 간판 지우느라 최소 70억쯤 썼다고 한다. “세금이 썩어나자빠졌다”는 항간의 비판, 듣고는 있는가. 
 
“합리와 이성을 되짚어 보자”는 말은 진작부터 길거리 소음보다 못하게 돼버렸으니 공동체 전체가 “될 대로 되라지…내 책임 아니잖아”라는 집단적 방기와 무책임감에 휩쓸리고 있다. 교각살우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먹는다’는 속담이 21세기에 재연되고 있다는 걸 몇백 년 전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패악 일삼던 정치검사들, 권력의 주구를 자처한 검사들, 수사 개시로 이름 얻고 수사 무마로 돈 벌며 정계 진출 디딤돌로 활용한 정치 검찰, 먼지털이식 별건 수사, ‘이거 불면 저건 봐줄게’라는 협박 같은 짓 못 하게 하자며 시작한 수사권 조정과 검경 개혁의 종착역이 엉뚱한 곳이다. 시중 속된 말로, “이 산이 아닌가 봐”라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머잖아 “나는 그렇게까지 세게 밀어부치지는 않았다”고 뒷머리 긁적이며 책임 떠넘기기에 나서지는 않으려나들. 업무 분획이 애매하고 일처리 프로세스가 복잡해 표류가 예상되건만 책임 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어이가 없다. 나랏일이 이래도 되는가 말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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