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냐 무죄냐…오세훈 운명 가를 '김한정 녹취록'
같은 녹취록 엇갈린 해석…재판부도 의문
명태균-김한정 진술 신빙성 판단이 관건
2026-10-22 16:12:16 ㅣ 2026-10-22 17:36:4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운명의 날을 맞이합니다. 1심 선고를 기준으로 보면 감형은 의미가 없습니다.
 
유죄냐 무죄냐의 갈림길에서 그가 믿는 대목은 새롭게 등장한 녹취록입니다. 오 시장은 이를 근거로, 명태균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상황이 오 시장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명씨가 녹취록에 대해 또 다른 주장을 하며 해석이 엇갈리는 점, 재판부 역시 오 시장 측 해석에 의문을 표한 점, 녹취록이 일부만 제출된 점 등은 불리한 점으로 지목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서울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현장을 점검한 뒤 발언하며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 김한정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합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 3300만원을 김씨에게 대납케 한 혐의를 받습니다. 앞서 1심은 오 시장에게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오 시장 측은 명씨 진술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명태균 게이트'를 시작으로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인 김씨가 명씨 측에 수천만 원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습니다. 명씨는 오 시장에게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받았고 오 시장으로부터 ‘김씨가 비용을 대납할 것’이란 말을 직접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오 시장 측에 가장 불리한 증인입니다. 
 
항소심 막바지 새롭게 등장한 녹취록은 이런 측면에서 최대 변수로 여겨집니다. 김씨 측은 2021년 3월6일과 13일 명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지난달 중순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녹취록에는 명씨의 “오세훈이는 몰라요” 발언과 김씨의 “그쪽에서 원한 것도 아니고” 발언 등이 담겼습니다. 오 시장 측은 이를 근거로 명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씨가 오 시장과는 무관하게 단독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지불했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같은 발언에 대해 명씨는 오 시장 측과 다른 해석을 내놨습니다. 명씨 측은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오 시장 측 주장에 대해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습니다. 3월6일 “오세훈이는 몰라요” 발언은 공소사실과 관련된 당내 경선용 여론조사가 아니라, 이틀 전인 3월4일 오 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뒤 추진된 야권 단일화 전략을 논의하던 중 나왔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오 시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서울시장을 거머쥐었습니다. 
 
김건희특검 역시 오히려 녹취록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다고 맞섰습니다. 특검은 오 시장 측이 언급하지 않았던 녹취록 속 김씨의 발언 중 “오 시장이 조작해 달라고 할 사람이 아니라고. 강철원이 잘 만들어준다고” 부분을 짚었습니다. 특검은 “기존 김씨 주장은 명씨가 여론조사로 사기 치다가 강 전 부시장과 싸운 뒤 명씨를 소개받았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강 전 부시장이 명씨를 오 시장에게 유리한 사람이라고 말할 리가 있냐. (김씨 주장과 달리) 그 전에 (오 시장으로부터) 소개받은 거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이 부분을 언급하며 “(녹취록을) 보기에 따라 ‘오 시장은 여론조사를 하는 건 알지만 조작해 달라고 할 사람은 아니다’ ‘강철원은 (명씨가 여론조사를) 잘 만들어준다고 했다’고 읽히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록 전체가 제출되지 않은 점은 녹취록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김씨 측은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뒤늦게 발견했고, 그 안에 있던 명씨와의 녹취 파일 35개 중 3개를 제출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특검은 김씨 측이 처음부터 녹취 파일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뒤늦게 자신에게 유리한 녹취만 선별해서 제출했다고 의심했습니다.   
 
오 시장 측은 1심이 명씨 진술만 믿고 유죄를 선고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1심도 명씨 진술을 모두 믿은 건 아닙니다. 명씨 진술을 객관적 증거가 뒷받침될 때만 인정해 공소사실 중 절반만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명씨의 “오세훈이 울면서 전화했다” “오세훈이 김영선에게 SH공사 사장을 약속했다” 등의 발언도 배척됐습니다.  
 
오 시장 항소심 재판부가 윤석열씨의 ‘명태균 게이트’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은 오 시장 측에 유리한 사정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다만 법조계에선 오 시장 사건과 윤씨 사건을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녹취록 하나만으로 무죄가 선고되진 않을 것”이라며 “김씨가 명씨에게 돈을 보낸 합리적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무죄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명씨 진술을 못 믿겠다고 해버리면 무죄가 나오는 것”이라며 “1심처럼 명씨 진술을 반만 믿고 반은 안 믿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선고기일은 재판부 결정에 따라 생중계로 진행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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