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름값 급등 속 ‘선방’…최고가격제 출구전략은 ‘딜레마’
한 휘발유 1.6% 오를 때 미 19.7%↑
억눌린 가격 일시 해제 땐 급등 위험
2026-10-27 10:39:14 ㅣ 2026-10-27 10:39:14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치솟는 동안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국내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월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고유가 충격을 완충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가격을 계속 묶어둘 경우 공급과 재정에 부담이 쌓이고, 섣불리 풀면 다시 기름값이 뛸 수 있어 출구전략 마련이 새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7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효과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대비 9월 휘발유 가격은 한국이 1.6% 오른 반면 미국은 19.7%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한국은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뒀고, 미국은 비축유 방출 등 공급 확대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에서도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지난 8월 11.8%였던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9월 11.9%로 0.1%포인트(p)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29.5%에서 37.6%로 8.1%p 높아졌습니다. 독일의 차량용 연료 가격 상승률도 27.7%에서 37.1%로 9.4%p 확대됐습니다.
 
기간을 넓혀봐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3~8월 한국·중국·태국 등 직접 가격관리 3개국의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평균 15%로 미국·독일(24.9%)보다 9.9%p 낮았습니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평균 16.5%로 미국(28.8%)을 밑돌았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는 지난 3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8%p 낮춘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다만 정부가 개입하는 최고가격제는 유지와 해제 모두에 부담이 따릅니다. 가격 상한을 묶어둘 경우 국제 조달비용과 국내 공급가격의 차이가 커져 그 부담은 정유사에 남거나 정부의 손실 보전을 통해 재정으로 옮겨갑니다. 상한을 장기간 고정하면 수입·생산·판매 유인이 약해져 재고 감소나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일시에 가격통제를 풀면 눌려있던 가격이 다시 급등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보고서는 정유사 손실을 무조건 보전하기보다 실제 원유 도입가격과 운송비, 정제비, 정상마진 등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검증한 뒤 정산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출구전략으로는 국제유가 변동분을 일부만 국내 가격에 반영해 충격을 분산하는 ‘밴드형 상한’을 제시했습니다. 예컨대 국제유가가 10% 오르더라도 국내 가격에는 3~5%만 반영해 충격을 분산하는 방식입니다. 상한을 일률적으로 고정하거나 한꺼번에 없애는 대신 국제가격과 재고, 수급 여건에 따라 조정하고 상황이 안정되면 단계적으로 정상화하자는 구상입니다.
 
산업별 맞춤형 대응도 요구됩니다. 김수동 선임연구위원은 “최고가격제는 운송과 배송, 농어업 등의 연료비 급등을 완충하지만 석유화학과 철강 등 에너지 집약 제조업의 원가 부담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화물운송과 중소 제조업에는 선별 지원을 실시하고 석유화학 등에는 원료 조달과 유동성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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