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청구서 '840조'…산업경쟁력 갈린다
에너지 공급에만 840조원 투자 필요
기술개발 늦으면 2050년 GDP 17.3%↓
탄소 감축비용 2050년 최대 200배 이상
"제조업 부가가치 최대 32% 감소"
"감축 미룰수록 후반기 충격 확대"
2026-10-28 17:08:46 ㅣ 2026-10-28 17:40:35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경제적 청구서’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기 위해 에너지 공급 부문에만 약 84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탄소 감축 비용도 현재의 200배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탄소 감축을 늦출 경우 2050년을 전후해 제조업 중심으로 생산 위축과 물가 상승 충격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8일 한국은행의 기후리스크분석팀 분석을 보면, 저탄소 기술 개발이 지연될 경우 2050년 국내총생산(GDP)이 기존 성장 경로보다 최대 17.3%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감축 속도와 기술 확보 시점에 따라 산업별 파급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분석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선형 감축 경로’와 초기부터 감축 속도를 높이는 ‘조기 감축 경로’로 비교했습니다. 두 경로 모두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경제적 충격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2026년 10월7일 서울 시내 한 회의장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철강 GX 기반 탈탄소 산업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탄소중립 청구서 '연평균 34조원' 규모
 
우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공급 부문의 누적 투자액은 올해부터 2050년까지 선형 감축 경로에서 843조3000억원, 조기 감축 경로에서 839조4000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연평균 약 34조원으로 2025년 국내 설비투자 규모의 약 14%에 해당합니다. 이는 에너지 공급 부문에 필요한 투자만 계산한 금액입니다. 송배전망·산업·수송 부문의 추가 투자비용까지 포함하면 전환 비용은 커질 수 있습니다.
 
투자 시점에서도 차이가 뚜렷합니다. 2026~2035년 투자액은 선형 감축 경로가 273조7000억원인 반면, 조기 감축 경로는 360조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초기 10년 동안 조기 감축에 약 86조6000억원이 더 필요한 셈입니다.
 
반면 2036~2050년에는 선형 감축 경로의 투자액이 569조6000억원으로 조기 감축 경로의 479조1000억원을 웃돌았습니다. 감축을 뒤로 미루면 당장의 투자 부담은 줄지만 후반기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탄소 감축에 필요한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탄소의 잠재 가격은 2025년 이산화탄소 1톤당 약 7달러에서 2030년 169달러로 올라갑니다. 2035년에는 선형 감축 경로 283달러, 조기 감축 경로 408달러로 벌어집니다.
 
2050년에는 선형 감축 경로에서 1488달러, 조기 감축 경로에서 1352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2025년과 비교하면 각각 약 213배, 193배에 달합니다. 다만 실제 탄소배출권 가격 전망이 아닌 모형상의 잠재가격입니다. 그러나 후반기로 갈수록 비용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환 비용은 경제성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분석 결과 2025~2060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기준 경로보다 선형 감축 경로에서 0.07%포인트, 조기 감축 경로에서 0.06%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2050년 GDP 수준은 추가적인 탄소 감축 노력 없이 기존 추세대로 성장하는 기준 경로보다 선형 감축 경로에서 10.2%, 조기 감축 경로에서 8.2%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감축 시점에 따른 차이도 뚜렷합니다. 2040년에는 조기 감축 경로의 GDP 감소 폭이 3.5%로 선형 감축 경로(2.7%)보다 컸지만, 2050년에는 선형 감축 경로의 충격이 2.0%포인트 더 커졌습니다.
 
28일 한국은행의 기후리스크분석팀 분석을 보면, 2050년 제조업 부가가치는 기준 경로보다 선형 감축 경로에서 32.0%, 조기 감축 경로에서 26.0%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제조업 타격 가장 커…물가 압력도"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타격이 가장 컸습니다. 2050년 제조업 부가가치는 기준 경로보다 선형 감축 경로에서 32.0%, 조기 감축 경로에서 26.0%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기타 산업의 감소 폭은 각각 16.1%, 13.0%였으며 서비스업은 3.3%, 2.6%로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에 부담이 집중되는 겁니다.
 
생산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도 예상됩니다. 2025~2060년 연평균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두 경로 모두 기준 경로보다 0.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50년 생산자물가 수준은 선형 감축 경로에서 6.5%, 조기 감축 경로에서 5.1%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제조업 생산자물가 상승폭은 각각 16.8%, 13.4%에 달했습니다.
 
저탄소 기술 개발이 5년 늦어질 경우 선형 감축 경로의 2050년 GDP 감소 폭은 10.2%에서 17.3%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핵심 과제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아울러 2050년 연간 탄소 포집·저장 규모를 1억1600만~1억2500만톤으로 추정했습니다.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5년 7%에서 2050년 63%로 확대되고,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62%에서 사실상 0%로 낮아지는 경로입니다.
 
1일 경기 안산 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에서 열린 국가 플러그 앤 차지(PnC) 현장 시연회에 박판규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장과 박종명 현대자동차·기아 EV충전혁신팀 팀장이 PnC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변수는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입니다. AI·반도체·피지컬 AI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로 2040년 추가 전력 수요가 253.4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이는 기준 전력 수요 654.4TWh의 38.7%에 해당합니다. 해당 수요는 이번 경제적 영향 추정에 반영되지 않아 전력망 투자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요인입니다.
 
김재윤·연정인 기후리스크분석팀(과장)은 정부가 기술·재원·규제 측면에서 탄소중립 로드맵을 마련한 만큼 민간 부문과 함께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금융권은 저탄소 전환에 적극적인 기업에 자금을 적기에 공급하는 한편, 전환에 실패한 기업의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기술개발이 지연될 경우 우리 경제가 부담해야 할 전환 비용이 추정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8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피지컬 AI 실증랩을 방문해 기술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기획처)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