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대한민국을 뒤덮은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습니다. 청년과 기성세대는 일자리와 연금을 놓고 충돌하고, 노동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제와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수자 보호와 다양성 존중을 강조하는 '정치적 올바름(PC주의)'을 둘러싼 공정성 논쟁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다문화가정 지원의 형평성 문제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갈등 공화국'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년 취업과 연금 부담, 소득·자산 격차에 이어 성과급 배분과 다문화 지원의 형평성까지 사회적 갈등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3월3일 공개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갈등 인식 수준은 4점 만점에 3.04점(2024년 기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뜻으로, 2018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8월19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갈등지수 3위(55.1)를 기록한 반면 갈등관리 역량은 27위에 그쳤습니다. 갈등 수준에 비해 이를 조정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입니다.
갈등의 중심에는 기회와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지 못한다는 불신이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1만3000명 늘었지만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4만7000명 줄었습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0%로 전년 동월보다 1.1%포인트 떨어지며 29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전체 고용 증가에도 청년층의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정년 연장은 고령층의 고용 안정과 청년층의 신규 채용 기회가 맞물린 문제입니다. 국민연금 개혁 역시 노후 소득 보장과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입니다.
기회의 격차는 세대뿐 아니라 계층 사이에서도 나타납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올해 6~8월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405만2000원, 비정규직은 211만2000원으로 194만원 차이가 났습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5년 기준 자료에서는 자산 상·하위 20% 가구의 평균 거주주택 자산가액이 각각 6억9341만원과 239만원으로 290.1배 차이를 보였습니다. 무주택 가구의 거주 주택 자산가액을 0원으로 반영한 수치입니다. 소득과 부동산 자산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부유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기회와 부의 분배를 둘러싼 불신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편화하는 노동 갈등…젠더·다문화도 공정성 논쟁
기회와 부담을 나누는 기준을 둘러싼 충돌은 노동현장에서도 반복됩니다.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놓고 기업은 생산성과 근로시간 운용의 자율성을,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 방지와 휴식권 보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과급 논쟁 역시 보상 규모를 넘어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가 대표적입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사업 부문별 성과급 격차와 지급 기준의 형평성을 두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정한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경제적 영역을 넘어 사회적 권리와 지원 정책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막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치적 올바름(PC주의)'을 둘러싸고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채용·승진과 병역 문제를 둘러싼 젠더 갈등에 이어 다문화가정 지원에서도 사회적 배려와 역차별 우려가 맞서는 양상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다문화가정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불합리하거나 역차별을 낳는 정책은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갈등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조정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사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율 능력들이 상실되고 있다"며 "실제로 청년의 일자리 문제, 주택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논의는 제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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